MB때부터 고급화 외치더니… 韓牛가 사라졌다

입력 2017-10-29 19:28 수정 2017-10-29 19:36
한우 농가는 지난해 8만5000호로 반토막이 났다. 사육두수도 2012년 314만3000두에서 지난해 말 258만5000두로 줄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한우 고급화 정책’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한우가 사라지고 있다.

농협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자급률은 37.7%로 4년 만에 13%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2003년 36.3%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다.

한우농가 숫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1년 16만호였던 한우 농가는 지난해 8만5000호로 반토막이 났다. 사육두수도 2012년 314만3000두에서 지난해 말 258만5000두로 줄었다.

문제는 공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경매가격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도축장의 평균 경매가격은 ㎏당 1만9142원이었으나 올해 가격은 13% 줄어든 1만6655원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한우 고급화 정책’의 실패가 크게 작용했다고 보기도 한다. 2006년 처음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면서 수입 쇠고기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 고급화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 독(毒)이 됐다는 것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소득이 현재 2만달러 수준인데 10년 안에 4만달러가 된다고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비싸도 좋은 고기를 먹을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제일 비싼 소가 3300만원인데 일본에서는 1억원까지 한다”며 한우의 고급화를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한우의 고급화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정부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FTA이행지원기금에서 농가 경쟁력 제고에 투입된 금액은 2010년 이후 누적 1조186억원에 달한다.

축산업진흥을 위한 별도 자금과 축산발전기금 등도 지난해에만 2조원이 넘게 사용됐다. 2010년 이후 10조원에 가까운 돈이 한우 고급화 정책을 위해 지원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한·미 FTA와 청탁금지법이 맞물리면서 시장에서 한우가 설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한·미 FTA 발효 1년차인 2015년 10만6000톤이었던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6만9000톤을 넘어섰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쇠고기 수입량도 전년 동기 대비 8% 늘어난 17만176톤에 달한다.

청탁금지법도 이러한 한우 몰락의 속도를 부채질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축산관계자들은 ‘김영란법 시행 1주년 개정 긴급촉구대회’를 열고 “농축수산물은 설이나 추석 명절에 60∼70%가 판매되는데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농축수산물은 선물을 하면 안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다”면서 “청탁금지법이 ‘부정부패 방지법’이 아니라 ‘외국산 농축수산물 촉진법’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반대다. 수입소고기에 치여 한우 가격이 내려가자 추석명절을 앞둔 지난달 이마트 한우 선물세트 매출액은 지난해 사전예약기간보다 19.8% 늘어난 24억80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매장 판매에서도 한우 선물세트 매출이 같은 기간 60%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극단적인 고급화로 가격을 높여온 결과가 현재”라면서 “등급의 다양화로 우선 팔리게끔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우 쿠키뉴스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