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기 출범] 자오러지, 부패 사정작업 총지휘… 상무위원 역할분담

입력 2017-10-26 05:01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권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데는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이끌었던 부패와의 전쟁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계파별로 권력투쟁을 하던 정적들을 부패 혐의로 하나씩 제거하면서 시 주석이 원하는 권력구도가 만들어졌다. 시 주석은 집권 2기에도 반부패 드라이브를 계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시 주석은 지난 18일 19차 공산당대회 개막 업무보고에서 “부패야말로 당이 직면한 최대의 위협”이라며 당이 국가 반부패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앙기율검사위도 19차 당대회 업무보고를 통해 “종엄치당(엄격한 당 관리)을 위한 포괄적인 조치가 취해졌고, 반부패 드라이브가 공고화되고 있다”고 밝혀 반부패 사정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후임은 자오러지 당 중앙조직부장이 맡아 ‘사정 작업’을 이끌어가게 됐다. 한때 물망에 올랐던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은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을 전망이다. 시 주석이 강조한 ‘의법치국(법치사회)’을 실현하기 위해 복심인 리잔수를 보낸 것이다. 그는 ‘시진핑 신시대’를 위한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특히 공산당은 반부패 사정을 제도화하기 위해 부패 방지 방안을 법률로 제정할 것이라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반부패 드라이브가 법률로 구체화돼야 부패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취지다. 따라서 리잔수는 전인대에서 법치사회주의를 위한 입법을 책임지고, 법을 집행하는 자리에는 자오러지를 보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자오러지는 시 주석이 하방 생활을 한 량자허촌 성역화에 앞장서는 등 시 주석에게 충성심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오러지가 명목상 서열은 6위지만 실권은 전임 왕치산처럼 2인자의 지위를 누리게 될지도 관심이다. 자오러지는 올해 60세여서 연임도 가능하다.

공산당 내 최고 브레인으로 통하는 왕후닝 중앙정책실 주임은 상무위원으로서 중앙서기처 서기를 맡아 사상·선전 업무를 전담할 전망이다.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책사’ 역할을 한 그는 시 주석의 통치이념을 ‘시진핑 사상’으로 구체화하는 등 3대에 걸쳐 지도사상을 만들어냈다. 그가 마오쩌둥 반열에 오른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해 어떤 이론이나 묘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이 당주석제 부활이나 총서기의 권한 강화 방법 등을 통해 반(半)영구집권에 성공할지가 그의 두뇌에 달려 있는 셈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