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20만5000명 정규직화한다면서… “財源? 몰라”

입력 2017-10-26 05:01

정부, 전환 계획 발표

혈세 투입 규모도 파악못해
임금등 갈등 봉합 대책 없어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20만5000명으로 추산됐다. 이 중 올해 안으로 정규직 전환되는 비정규직은 7만4000명이다. 정부는 파견·용역 계약기간 등을 감안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소요재원 조사가 빠져 있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발표했다. 853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수는 41만6000명이었다. 이 중 육아휴직 대체 근로자 등 임시·간헐적 업무를 맡는 비정규직 10만명은 전환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또 기간제 교사·강사, 전문직, 선수 등 정규직 전환이 어려운 14만1000명 역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남은 17만5000명이 전환대상자로 분류됐는데, 정부는 전환될 여지가 있는 3만명을 추가해 총 20만5000명을 전환대상자로 최종 추산했다. 고용부 이성기 차관은 “60세 이상 고령자를 일단 전환에서 제외했고, 청소·경비 직종의 정년이 65세로 늘면 3만명가량이 추가 전환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기간제 근로자 7만2000명을 모두 정규직화할 계획이다. 또 10만3000명 수준인 파견·용역 근로자의 경우 기존 용역업체와의 계약만료 등을 고려해 2020년까지 나눠 정규직 전환키로 했다.

그러나 고용부의 이번 실태조사에서는 소요재원 파악이 빠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기관마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제각각이고, 기관마다 임금체계를 어떻게 할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얼마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기관이 임금체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정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는 일단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받는 일부 공공기관에 한정해 추가 인건비로 1226억원을 편성해둔 상태다.

고용부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파견·용역 근로자의 경우 기존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관리비 등 절감되는 예산을 활용하고, 중앙정부 예산을 받지 않은 공공기관에는 내년 지자체 교부금 인상분 5조원 중 일부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전환된 비정규직이 기존 정규직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차관은 “어느 날 갑자기 임금체계를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다”며 “지속가능하고 합리적인 형태의 임금체계를 적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금수준을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분은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처우개선 폭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기존 정규직과 전환된 정규직 간 상이한 임금체계가 상존하게 되면서 ‘노노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 비정규직의 상대적 박탈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용부는 이에 대해 500명 규모의 컨설팅팀을 구성하고 현장밀착형 갈등관리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