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취임 후 4개월 지났지만
면죄부 결정에 “아쉽다” 말만
환경부 핑계에 내부 감싸기도
피해자측은 감사청구 예정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면죄부 결정’에 대해 “자연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4개월이 지났지만 김 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서는 공식 사과 없이 아쉬움만 표출하고 있다. 오히려 ‘자연인’이라며 제3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공정위의 행태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며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할 예정이다.
25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재심의 검토보고서’ 내용을 보고받았다. 이 보고서와 피해자 측 의견을 감안하면 시급하게 재조사에 착수했어야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8월 환경부로부터 ‘해당 제품의 인체 위해성이 인정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고 나서야 재조사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스스로 면죄부 판정의 잘못을 인정한 게 아니라 환경부 공문을 핑계로 ‘내부 감싸기’를 했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공정위가 형식적으로나마 재조사에 착수한 것은 환경부 공문을 받고 한참 뒤인 9월 중순이다. 또 이달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TF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재조사는 12월 이후에야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한 직후에 환경부, 공정위 등 유관부처 회의에서 ‘공정위의 재조사 착수’라는 결론을 도출했지만 여전히 공정위는 미적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징계성 인사 조치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최근 ‘재심의 검토보고서’에 대한 국회 질의서에 거짓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전 의원이 2016년 국감 때 재조사 및 재심의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 검토한 내용과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공정위에 요구했다. 이에 공정위는 ‘진행 중인 헌법소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검토 내용이고, 당시 검토 자료는 내부 자료라서 제출하기 곤란하다고 서면으로 답했다.
하지만 전 의원실 측이 공정위의 재심의 검토보고서를 열람한 결과 공정위 답변과는 180도 다르게 검토보고서의 결론은 “재조사가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물산 합병 사건 등 지난 정부에서 행해진 공정위 적폐에 대한 공정위원장의 척결 의지가 보이지 않아 의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가습기 살균제 사건 ‘김상조 효과’ 없었다
입력 2017-10-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