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세청 목회자 대상 ‘종교인 과세 설명회’ 들어보니…

입력 2017-10-26 00:01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가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사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종교인 소득 과세제도 설명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사례비와 목회활동비 등 (과세) 항목이 궁금합니다.”(한 목사)

“꼭 그렇게 (그런 항목으로) 과세한다는 게 아니고 사례로 제시한 것인데 언론에 나간 겁니다.”(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

서울지방국세청이 25일 서울 종로구 청사 대강당에서 개최한 ‘종교인과세 설명회’는 시종 답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종교인과세 시행 2개월여를 앞두고 당국이 현장 목회자를 대상으로 처음 마련한 설명회였지만 납세자들은 속 시원한 답변을 얻기 힘든 듯한 표정이었다. 관련 세법과 시행령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진작에 했어야 할 설명회를 산하 실무 관청이 뒤늦게 떠맡아 급조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400석 넘는 자리는 고작 10분의 1정도 채워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과 합신 등 교단 실무자와 비영리법인 단체 실무자 50여명만이 참석했다. 개신교 교회 연합들을 대표해 종교인 과세 의견 창구 기능을 맡은 ‘한국 교회와 종교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측은 “공식 협의 기구를 무시한 채 과세당국이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한다”며 불참했다.

설명회에서는 손바닥 크기의 8쪽짜리 팸플릿이 참석자들에게 배포됐다. 설명을 맡은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책자는 다음 달 만들어질 예정”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설명회에서는 대부분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납세 신고 방법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과세 대상자들이 궁금해할 ‘소득세법에 따른 질문·조사’ 여부는 시간 부족을 이유로 설명하지 않았다. 도서비, 이사비, 휴가비, 연구비 등 종교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왜 과세 대상이 돼야 하는 지 정작 종교인들이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 나올리 없었다.

대신 세금 납부기일을 어길 경우 물리는 가산세에 대한 주의사항은 잊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연말정산 여부와 상관없이 지급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일선 세무서에서 지급명세서를 안 받으면 의아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급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지급액의 1%가 불성실가산세로 붙는다”고 주의를 건넸다.

그는 또 “정책입안자가 아니라 실무자로서 대답하기 곤란하니 개별적으로 질문해 달라”며 공개 질문 시간 없이 설명회를 마쳤다. 한 교회 재정담당 장로는 “가산세를 낸다면서 세무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건 모순”이라며 “건강보험 납부 여부 등 실질적인 궁금증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고 답답해했다. 다른 참석자도 “공개 질문을 받지 않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그쳤다”며 강당을 빠져나왔다.

한 교회 사무장은 “설명회가 열린다는 것을 오늘 아침 국민일보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직원에게 항의했다. 국세청이 교단 사무국에 설명회 안내 공문을 보낸 시점이 23일이기에 일반 개교회까지 안내가 전달되기에는 촉박할 수 있었다. 설명회는 다음달 2일(개신교와 불교 등)과 6일(개신교) 두 차례 더 열린다.

김동우 이현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 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