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감찰 결과 발표
‘이영학 사건’ 경찰 초기대응 총체적 부실 확인
지시 무시하고 허위보고까지
“최일선 치안체계 붕괴” 비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의 초동수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사실이 25일 경찰 자체 감찰 결과 드러났다. 담당자들은 현장출동 지시를 받고도 무시했고 허위보고까지 했다. 국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일선의 치안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감찰팀에 따르면 실종신고를 받은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 경찰관(경장)은 피해자 A양 어머니를 상대로 딸의 행적 등을 조사하지 않았다. 지구대에서 A양 어머니가 이영학의 딸과 통화했지만 경찰관은 여기에도 관심을 주지 않아 핵심 단서 확인 기회를 놓쳤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쯤 피해자 부모로부터 신고를 접수받은 112종합상황실은 ‘코드1’ 지령을 발령했다. 규정에 따르면 중랑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수사관은 현장에 출동해 수색작업을 해야 했지만 출동보고한 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머물렀다. 수사관들은 감찰 과정에서 “(A양 실종신고를) 대수롭지 않게 판단해 출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사건 당일 A양 사건 외에도 3건의 실종신고가 있었고 모두 코드1 지령이 내려졌지만 수사관은 한 번도 출동하지 않았다. 실종사건 당사자 2명 건은 관할 지구대가 맡아 귀가시켰지만 다른 1명은 이튿날 천호대교 남단에서 변사자로 발견됐다. 서울경찰청 감찰팀 관계자는 “당연히 충돌해야 할 코드1 지령을 어긴 잘못이 있다”고 했다.
당직 상황관리관이었던 중랑서 청문감사관은 무전기로 코드1 지령을 들었지만 규정에 따라 현장 경찰관에게 수색 장소를 배정하는 등 업무지시를 내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조희련 중랑서장은 현장 경찰관들의 대응지침 위반과 지연보고, 112 신고처리 지침 위반 등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이 확인됐다.
서울경찰청은 중랑서 서장·여청과장·상황관리관 등 경정급 이상 3명은 경찰청에 조치를 요청하고, 여청수사팀장과 팀원 2명, 망우지구대 순찰팀장과 팀원 2명 등 경감급 이하 6명은 징계·인사 조치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경정급 2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서장에 대해서는 문책성 인사 조치와 함께 직권경고키로 했다.
글=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이영학 사건’ 수사관들 ‘코드1’에도 현장출동 안했다
입력 2017-10-25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