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제게 늘 목사안수를 받으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입버릇처럼 반복하셨죠. ‘요섭아. 왜 안수를 피하는 거니’라고 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2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요섭(46) 목사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이 목사의 아버지는 지난 3월 10일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이정일(서울 광장교회 원로) 목사다. 고 이 목사는 이날 아침 경기도 양평 자택 마당에서 낙엽을 태우다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으로 과도하게 연기를 들이마셔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목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안수를 받으라’던 말씀이 아버지의 유언이었음을 깨달았다. 목사가 되길 꺼렸던 이유는 목회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나의 부족함을 ‘소명’으로 채워주셨다”면서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안수를 받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목사안수를 받기로 결정한 뒤 국제독립교회연합회(설립자 박조준 목사)의 목사 안수 교육에 참여했다. 앞서 그는 연세대를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감리교신학대에서 신학석사 과정을 마친 터였다.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시 남서울비전교회에서 진행된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제8회 안수식에서 목사안수를 받으면서 그는 감격의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유언이 이뤄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안수를 받은 직후 그는 가족과 함께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국립 4·19 민주묘지에 있는 아버지 묘소를 찾았다. 그의 아버지는 1960년 고려대 사학과에 재학 중 4·19혁명에 참여했다가 다쳐 부상자 자격으로 이곳에 안장됐다. 묘소 앞에서 드린 예배에서는 형 이요한(서울 묘동교회) 목사가 설교했다. 이 목사는 열왕기상 2장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동생을 향해 “힘써 대장부가 돼라”고 격려했다. 용기를 갖고 사명을 감당하라는 형의 따뜻한 조언이었다.
서울 중구 남창동 상동교회에서 줄곧 교육과 사회복지 담당 전도사로 사역해 온 이 목사는 앞으로 ‘복음’과 ‘떡’을 함께 전하는 사역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에서도 일했고 기독교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해 봤다”면서 “이 과정 속에서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사업에 실패한 이들을 위로하고 사회에서 상처받은 이들을 돌보는 데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이요섭 목사 “안수 받으라던 아버지 유언 이뤘습니다”
입력 2017-10-2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