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라 전원委 열기 어렵다”던 공정위, SKT 합병 사건 처리는 왜 서둘렀나

입력 2017-10-26 05:00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의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을 소위원회에 배당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기에 전원위원회 상정 안건으로도 가능했지만 “여름 휴가철이기 때문에 전원위원회 구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위원회에 배당됐다.

전원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장을 위원장으로 부위원장, 3명의 상임위원과 4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반면 소위원회는 통상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1명으로 구성된다.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기업 ‘면죄부’로 악용하기에는 과반수인 5명 이상을 설득해야 하는 전원위원회보다 소위원회가 용이한 구조다.

휴가철 때문이었다는 공정위 해명은 바로 전달 처리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사건 처리와 비교해보면 논리적인 궁색함이 드러난다.

공정위는 전원위원회가 열리기 불과 일주일 전인 7월 7일에 오는 15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공정위 전원위원회는 매주 수요일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리지만, 이 건은 특별하게 금요일 과천정부청사에서 개최됐다. 9명의 위원들이 사건을 검토할 심의자료는 회의 바로 전날인 14일에야 이메일로 보내졌다. 당시 청와대 외압으로 합병 승인이 합병 불허로 바뀌었다는 의혹이 일었고, 실제 합병 불허 결정이 났다.

이 사건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공소시효나 처분시효 임박 문제도 없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콩 볶아 먹듯 전원위원회에서 이 안건을 처리했던 공정위가 한 달 뒤에는 석연찮은 이유로 가습기 살균제 건은 전원위원회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보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심의하려는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

전원위원회 관계자는 25일 “일주일 전만 해도 공정위원장이 언제 상정될지 미정이라고 말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사건이 갑작스레 잡혀 의아했다”면서 “공정위 논리라면 휴가철에는 공정위 전원위원회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어야 맞다”고 비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