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채용비리] 채용비리 근절하려면… “형사처벌 가능케 법 만들어야”

입력 2017-10-26 05:00

부정 채용 관련 규정 없고
정부 차원 별도지침도 없어
부정 확인 땐 합격 취소토록
인사 규정 문화해야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부정 채용 근절을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를 주문했다.

서용원 성균관대 심리학과 교수는 25일 “인사 청탁과 채용 비리가 만연한 것은, 사건이 드러나도 이들의 합격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며 “부정 청탁 연루자를 확인하는 것도, 이들을 처벌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공공기관 부정 채용 연루자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감사원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부정한 방법으로 공공기관에 입사한 이들의 채용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부정 채용 관련 조항이 없고, 공공기관 부정 채용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별도 지침도 없다. 국회에는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이 60건 발의돼 있지만 ‘고용세습 금지’ ‘성평등 채용’ ‘낙하산 기관장 임명 금지’ 정도만 채용 관련 내용이다.

각 공공기관에 부정 채용과 관련한 인사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조경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대학이 부정 입학자의 합격을 취소할 수 있는 것처럼 각 공공기관도 부정 채용이 확인됐을 경우 채용된 사람의 합격을 취소할 수 있는 인사규정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부정 채용 발생 시 당시 인사권자에 대한 처벌 조항도 내규에 포함시켜야 부정 채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정 채용 관련자를 처벌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예를 들어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지원 자격을 변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정 채용과 무관하게 채용된 이들의 합격까지 취소할 경우 새로운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부정 채용에 적극 가담했거나 부정행위 중심에 있었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부정 채용 관련 규정이 없었을 때 입사한 이들에 대해 이제 와서 불이익을 주는 사후 처벌은 잘못됐다”며 “무조건 그만두라고 하면 ‘부당해고’ 소지가 있어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