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할아버지 ‘천왕성’의 힙합스웨그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뮤지컬 ‘라면에 파송송’이 네 번째 앙코르 공연을 이어간다.
극단 예배자(대표 김동철)는 지난 23일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썸데이즈 라이브홀에서 ‘라면에 파송송’ 프레스콜을 열었다. 주인공 네 명이 각자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오프닝송을 시작으로 ‘라면송’ ‘해물송’ ‘엄마 찾아 삼만리’ 등 뮤지컬 넘버를 부르며 작품을 시연했다.
극의 배경은 천왕성이 운영하는 ‘라면에 파송송’이라는 라면가게다. 세상살이가 하루살이 인생 같은 청년실업자 ‘정다훈’, 톱스타의 자리에서 마약 도박 성추행으로 끝도 없이 추락하는 ‘강훈’, 알코올 중독자인 아빠의 폭행을 피해 거리로 뛰쳐나온 여고생 ‘주영아’ 등은 사는 게 너무나 힘든 나머지 오늘도 한강 다리 위에 올라섰다. 위태롭게 서 있는 그들에게 우연히 날아든 전단 한 장. 그리고 그들은 하나 둘씩 ‘라면에 파송송’ 가게로 모여든다. 그곳에서 치매에 걸린 주인장 왕성을 만나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겪게 된다.
김동철 극단 예배자 대표는 “라면에 파송송은 ‘치료하는 하나님(출 15:26)’, 즉 ‘여호와 라파’를 모티브로 삼았다”며 “어둡고 상처 입은 이들에게 기쁨과 웃음, 치유를 선포하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라면에 파송송은 그러니까 ‘라파’이고, 가게 주인 천왕성은 곧 하나님 아버지, 우리 구주 예수님이다.
2013년 초연 이후 이듬해 앙코르 공연을 열었을 땐 세월호의 아픔을 담아 대본을 썼다. 김 대표는 “그땐 대한민국 전체를 위로하고 치유해야 했다”며 “조금씩 그 시대에 맞게 대본을 각색해 공연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 ‘라파’에는 복음적인 요소를 많이 넣었다. 천왕성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가 제대로 선포될 수 있도록 한 게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강훈을 붙잡으며 천왕성은 말한다. “살다보면 아플 때도 있어. 낙담할 수도 있고 좌절할 수도 있어. 그래도 일어나서 걸어야 해. 저 하늘을 바라보며 걸어가. 가다보면 기운이 생기고 기쁨이 생겨. 이 기쁨이 커지면 소망이 생겨서 낮은 산, 높은 산 넘으면서 살게 되는 거야.”
천왕성 역을 맡은 배우 김경빈씨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허리가 굽어지는 것처럼 천왕성 할아버지는 순리대로 그분 앞에 고개를 숙이고 모든 상황들을 웃어넘긴다”며 “온전히 주님만 믿고 나아가는 왕성 할아버지처럼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준 작품’ ‘회복의 시간을 갖게 한 작품’ ‘삶에 희망을 준 선물 같은 공연’ 등 작품에 대한 후기 역시 따뜻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족 친구 이웃들과 함께 훈훈한 라면 한 그릇 하는 건 어떨까.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각자 크기와 무게는 다르지만 짊어져야 될 삶의 무게는 다 있는 법이지. 그러니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참고 인내하다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그러니까 못된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문을 열고 오늘 하루도 힘차게 살아가는 거야. 알았지? 삶이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이야.”(천왕성 대사 중에서)
힐링 코미디 뮤지컬 ‘라면에 파송송’은 12월 26일까지 매주 월, 화 오후 8시 대학로 썸데이즈 라이브홀에서 공연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어둡고 상처 입은 이들에게 기쁨과 웃음, 치유를 선물합니다
입력 2017-10-2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