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팔’ 최동원, 홀로 4승投… 역대 한국시리즈 명승부

입력 2017-10-25 18:52 수정 2017-10-25 22:22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대결한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롯데 최동원이 팀이 6-4로 앞서던 8회말 1사 3루 위기를 극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시리즈는 한 해 프로야구 패자를 가리는 최고의 무대인만큼 숱한 명승부가 펼쳐졌다. 한 선수의 초인적인 힘이 발휘됐을 때도 있었고, 거짓말 같은 역전 드라마도 펼쳐졌다. 이런 명승부는 아직도 야구팬들의 뇌리에 생생하다.

1984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는 ‘최동원의, 최동원에 의한, 최동원을 위한 한국시리즈’였다. 당시 삼성은 당대 최고의 원투펀치 김시진과 김일융을 보유한 반면 롯데는 최동원 단 한 명뿐이어서 대부분 삼성의 우세를 예상했다. 그런데 최동원이 한국시리즈 4승을 홀로 해결했다. 마지막 7차전 때 극심한 피로에도 등판을 자처하며 “마, 함 해보입시더”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최동원의 공을 받은 한문연 NC 다이노스 2군 감독은 25일 “정신력으로 동원이형이 던졌다. 공 한 개 한 개에 혼이 담겨 있었다”고 회고했다.

2002년은 만년 준우승팀 삼성이 대역전극으로 무관의 한을 떨쳐낸 해다. 한국시리즈엔 정규시즌 1위로 진출한 삼성과 4위로 턱걸이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친 LG 트윈스가 맞붙었다. 삼성이 3승2패로 앞선 채 맞은 6차전. 삼성은 8회까지 6-9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런데 9회말 이승엽의 스리런포로 동점이 되더니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패권을 차지했다. 이전까지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7번 진출해 모두 준우승에 머무르는 등 한국시리즈 징크스를 갖고 있었다. 당시 김응용 삼성 감독이 “마치 야구의 신과 경기하는 것 같았다”는 발언을 하면서 LG 김성근 감독의 별명은 ‘야신’이 됐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의 한국시리즈는 무승부 경기가 세 차례 나오며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최다 경기인 9차전까지 진행됐다. 여기에 9차전은 ‘빗속 혈투’로 펼쳐졌다. 경기는 현대가 2회 대거 8점을 뽑아내며 손쉽게 우승트로피를 거머쥐는 듯 했다. 그런데 삼성이 야금야금 따라 붙어 8회 8-5가 되자 현대는 특급 마무리 조용준을 내세웠다. 이날은 가을비가 몰아치며 그라운드는 논바닥을 연상시켰다. 선수들이 공을 잡기도 던지기도 어려웠다. 급기야 9회말 2사 1, 2루에서 삼성 신동주의 높이 뜬 공을 현대 유격수 박진만이 빗물 때문에 놓쳐 8-7, 한 점차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조용준이 후속타자 강동우를 1루 땅볼로 처리하며 길고 길었던 승부는 끝났다.

2009년 한국시리즈의 백미는 바로 KIA 타이거즈 나지완의 끝내기 역전포였다. KIA는 SK 와이번스를 만나 6차전까지 3승 3패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7차전 1-5로 끌려가던 KIA는 야금야금 쫓아가며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고 5-5로 맞선 9회말 1사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나지완이 끝내기 솔로홈런을 때렸다. 이는 프로야구 첫 7차전 끝내기 홈런이다. KIA는 해태 시절 이후 12년 만에 챔피언에 오르며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했다.

모규엽 이상헌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