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낙하산 적폐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입력 2017-10-25 17:49 수정 2017-10-25 21:34
더불어민주당이 부국장급 이상 사무처 당직자 등에게 공공기관으로 옮길 의향을 물었는지를 놓고 정치권에서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로 누구를 보낼지를 당 차원에서 준비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는 25일 반박과 재반박이 거듭하는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은 언론보도를 비롯해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고, 야당은 ‘내로남불’이라며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맹공을 퍼부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잠복했던 ‘낙하산 인사 폭탄’에 마침내 불이 붙은 셈이다.

본격적으로 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정부의 낙하산 인사 잡음은 이미 곳곳에서 불거졌다. 민간 금융회사인 BNK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친문 인사가 선임된 데 이어 금융전문가라며 금융감독원장에 내정됐던 대선 캠프 출신 인사는 갑자기 방산전문가로 둔갑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자리를 꿰찼다. 한국증권거래소는 권력 실세들 간의 암투 끝에 유력했던 내정자가 바뀌고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코레일, 도로공사 등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이 임기를 남겨놓고 사표를 낸 것도 대선 공신들을 챙기기 위한 수순이란 의구심이 짙다. 임기가 1∼2년이나 남은 마사회 회장과 농어촌공사 사장에 호남 출신 민주당 전 의원들이 낙점됐다는 소문이 돈 게 몇 달 전이다. 이런 와중에 민간 경제단체인 한국무역협회장마저 사퇴를 종용받았다고 하니 해도 너무한다.

선거가 끝난 뒤 공공기관장이나 임원 자리를 놓고 논공행상 잔치가 벌어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는 과거 정부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가 컸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7월 여야 4당 대표와 만났을 때도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구나 문재인정부는 대대적으로 적폐청산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면서 적폐 중의 적폐라고 할 수 있는 낙하산 인사를 되풀이하는 것은 모순이다.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대선 공신이란 이유로 전문성 없는 인사가 낙하산으로 공공기관에 내려가 방만 경영을 일삼으며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한 사례를 부지기수로 봐오지 않았던가. 강원랜드 등 최근 불거진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도 낙하산 인사와 무관하지 않다. 공공기관 인사는 투명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책임장관제를 하겠다고 한 만큼 공공기관 인사권을 장관에게 이양하는 게 옳다. 독립성이 필요한 곳에는 전문성이나 경영능력을 갖춘 인사 외에 낙하산이 아예 갈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