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남호철] 도시재생과 관광

입력 2017-10-25 17:37

핫플레이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있는 곳이다. 활기찬 분위기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서울의 홍대, 이태원, 강남은 외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3대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핫플레이스가 여럿 있다.

서울 연남동이 대표적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사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였다. 연희동이나 홍대입구를 기준으로 설명해야 어딘지 짐작이 갈 정도였다. 요즘엔 사정이 달라졌다. ‘연남동=핫플레이스’로 많은 사람에게 각인돼 있다. 조용한 주택가였던 동네가 이렇게 변한 데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도시재생’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이다.

연남동은 조그만 재래시장이었던 동진시장 근처에 아담한 맛집들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오래된 단독주택이 커피숍이나 식당, 공방으로 개조됐고, 홍대 앞 임대료가 급증하면서 밀려난 맛집들이 자리를 잡았다. 시끌벅적한 홍대 앞을 싫어하던 사람들이 조용한 연남동을 찾으면서 활기를 불어넣었다. 게스트하우스와 중국인 대상 면세점들이 들어서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도 크게 늘었다. 2015년 경의선 기찻길 폐선부지에 폭 20m, 1.2㎞의 길쭉한 숲길 공원이 개장되면서 더 ‘핫’해졌다. 도심 폐기찻길의 재생으로 연남동과 뉴욕 센트럴파크를 합한 ‘연트럴파크’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하지만 도시재생이 모든 곳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거나 실패사례로 남은 경우도 적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도시는 노후화된다. 도시재생이 노후화된 도시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양면성을 지녔다.

한국관광공사는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도시재생’을 통해 관광지로 변모한 곳을 선정했다. 예술로 다시 피어난 서울 문래창작촌과 성수동 수제화거리도 포함됐다. 문래동은 예술가들이, 수제화거리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앞장섰다.

시민들이 주도한 곳도 있다. 광주 동구 동명동에는 시민들이 주도해 경전선 폐철도를 산책로로 변신시킨 곳이다. 마을을 에워싼 푸른 숲길,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책방,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골목이 어우러진다.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원도심 관광코스로 활용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힘을 보탰다. 자발적인 도심재생이 이뤄지는 동안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 체험 공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다방면으로 지원이 이뤄졌다.

최근 ‘넛지(nudge) 효과’가 화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시카고대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저서 ‘넛지’에 잘 소개돼 있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강제적인 규제나 감시가 아닌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하는 것이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 공중화장실 남자 소변기에 작은 파리 한 마리를 그려 넣어 소변이 밖으로 튀지 않게 한 것.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라는 말이나 파리를 겨냥하라는 문구 없이 원하는 효과를 얻은 것이다.

이는 도시재생에도 적용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도시재생에 나설 수 있겠지만 ‘주민 중심’이 필수다. 원주민 중심의 지역공동체가 앞장서 지역 환경에 맞는 사업을 진행하고 문화 예술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산을 투입하는 행정당국은 간섭할 것이 아니라, 지역민 스스로 마을공동체를 꾸리고 동네를 직접 가꿔 나가도록 멍석을 깔아주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지역주민의 삶이 향상되는 도시재생이 이뤄지면 내수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관광객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겠는가.

남호철 스포츠레저부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