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드라마 대전’ 누가 더 크게 웃을까

입력 2017-10-26 05:01
요즘 안방극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신작 드라마들. 위 사진부터 각각 ‘부암동 복수자들’ ‘마녀의 법정’ ‘변혁의 사랑’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방송가는 추석 황금연휴가 끝나자마자 신작 드라마를 대거 쏟아냈다. 장르가 각양각색인데다 스타들을 앞세운 작품도 많아 시청자들의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반기 드라마 시장의 왕좌를 가리는 ‘드라마 대전’이 시작된 셈이었다. 그렇다면 대전 3주차에 접어든 현재, 이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드라마는 어떤 작품들일까.

월화극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건 KBS 2TV가 내보내는 ‘마녀의 법정’이다. 기존 법정 드라마는 거악(巨惡)을 상대로 진실을 밝히려는 검사나 변호사의 고군분투를 다루곤 했다. 하지만 마녀의 법정은 다르다. 사회적 약자를 괴롭히는 ‘일상 속 범죄’가 극의 뼈대다.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 마이듬(정려원)이 주인공이다. 어수룩하면서 매사에 덤벙대는 이듬은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과 손잡고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드라마에선 여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저지른 강간미수 사건이나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영상물) 문제가 다뤄졌다.

정려원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자극적인 소재를 도마에 올리지만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게 그린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시청률 6.6%로 시작한 마녀의 법정은 서서히 인기를 끌어올리더니 24일 내보낸 방송(6회)의 경우 시청률이 11%까지 상승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세련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그는 “마녀의 법정에서 다뤄지는 사례들은 현실성을 띠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성 범죄를 대하는 인식의 변화나 한국 사회의 남성화된 권력의 실태를 제대로 전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수목극 중에는 tvN에서 방영되는 ‘부암동 복수자들’이 눈길을 끈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상대로, 혹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자식을 위해 복수에 나선 여성들 이야기다.

베테랑 여배우인 이요원 라미란 명세빈 3명이 이끄는 작품이다. 이들은 이른바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을 줄인 ‘복자클럽’을 결성해 복수에 나선다. ‘복수’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띠진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코믹한 드라마다.

지난 19일 방영된 방송(4회)의 시청률은 5.5%였다. 케이블채널 드라마가 방송 2주차에 거둔 성과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며 “계층을 뛰어넘는 여성들의 동지의식이 녹아 있는 점도 이 작품의 인기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tvN 주말극 ‘변혁의 사랑’도 주목할 만하다. 변혁의 사랑은 지난 8월 전역한 가수 겸 배우 최시원의 안방극장 복귀작이다. 최시원은 재벌 3세인 주인공 변혁 역을 연기한다. 과거 ‘그녀는 예뻤다’(MBC)에서 선보인 코믹 연기를 다시 선보이는데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최시원의 다양한 표정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연출력도 돋보인다. 웃음을 자아내는 음악이나 컴퓨터그래픽을 적재적소에 삽입해 재미를 배가시키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앞으로 더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유명 한식당 대표가 최시원이 키우던 반려견에 물려 세상을 뜨면서 그의 코믹 연기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전파를 탄 변혁의 사랑 4회의 시청률은 3.8%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