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발대발’ 건배사 외쳤지만 노·정 관계 정상화 먼길

입력 2017-10-24 23:55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 초청 대화’ 참석자들과 만찬에 앞서 ‘평창의 고요한 아침’이라는 이름의 차(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차는 여러 종류의 찻잎을 섞어 만든 ‘블렌딩 차’로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용으로 특별 제작됐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노동계 첫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와의 첫 만남에서 사회적 대화 재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8자 회의를 비롯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지만 각론에서는 이견이 노출됐고,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반쪽 회동’이 됐다. 노정 관계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만찬에서 문 대통령과 한국노총 지도부는 사회적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는 데 큰 틀에서 합의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존 8자 회의 제안이 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었다”며 “노사정위 출범을 위해 여러 가지 대표자 회의 같은 것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문 대통령도 “할 수만 있다면 여러 가지 틀을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공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위가 가동되면 1차 회의를 문 대통령이 주재할 것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도 가시화되고 있다. 박 대변인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 복귀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사정위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주노총의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문성현 노사정위 위원장의 만찬 참석에도 불만을 표시할 정도로 노사정위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일부 참석자들은 민주노총 복귀를 위해 문 대통령이 별도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문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민주노총의 불참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청와대는 당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만찬 참석자 추천을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16개 산별노조 위원장 전원 참석을 제안했고, 청와대는 “인원이 너무 많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청와대는 대신 문 대통령과의 비공개 환담 대상을 위원장과 수석부의장, 사무총장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으나, 민주노총과 의견 조율에 실패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만찬 참석자 인원수 이견 때문에 민주노총이 불참했다는 얘기가 된다.

만찬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계 현안도 논의됐다. 노동시간 단축 문제의 경우 문 대통령은 “국회 입법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대법원 판례나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대안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 활동과 별개로 소송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언급한 것이다.

이외에도 버스 준공영제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확대, 금융업 노사정 협의채널 구축, 사회복지서비스 종사자 근로개선, 고용노동정책에 청년층 논의 채널 구축 등 노동계의 다양한 요구 사항들이 표출됐다.

김 위원장은 만찬에 앞서 건배사로 ‘노발대발’을 제안했다. ‘노동자가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는 중의적 뜻을 지니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밝혔다. 이 말을 들은 문 대통령도 웃으며 함께 건배했다.

글=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