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사고 ‘또다른 공포’… 사망원인 녹농균, 감염경로는?

입력 2017-10-25 05:01
최시원 SNS 캡처

가수 겸 배우 최시원(30)씨의 반려견에게 물린 뒤 숨진 한식당 대표 김모(53·여)씨의 혈액에서 항생제 내성이 없는 일반 ‘녹농균(綠膿菌)’이 검출됐다고 해당 병원이 보건 당국에 신고했다. 김씨의 녹농균 감염이 개물림에 의한 것인지, 치료받던 병원에서 이뤄진 것인지, 제3의 경로가 있는지 등 감염경로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측은 “병원 측 의뢰가 없는 한 현재로선 (김씨) 검체를 검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24일 보건 당국과 병원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최씨 반려견에게 정강이를 한 차례 물린 뒤 곧바로 서울 중구의 A병원을 찾았다. 병원 측은 당일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파상풍 주사와 함께 경구 항생제를 처방했다. 김씨는 이틀 뒤인 지난 2일 다시 병원을 찾았고, 소독치료와 함께 항생제 연고를 받아 귀가했다. 이후 별다른 이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5일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6일 오전 응급실을 찾았지만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호흡곤란을 호소하다 숨졌다. 병원 측은 김씨 사망 후 혈액검사에서 일반 녹농균을 확인, 이를 서울 중구보건소에 통보했다.

녹농균은 패혈증, 전신감염, 만성 기도 감염증 등을 일으키는 병원성 세균이다. 면역력이 저하된 이가 감염되면 고열, 혈압저하 등의 쇼크를 일으켜 사망할 수 있다. 항생제 하나에 내성이 있으면 내성 녹농균, 여러 항생제에 내성이 있으면 다제내성 녹농균이 된다. 일반 녹농균은 항생제로 치료 가능하지만 내성이 생긴 녹농균은 치료가 어렵다. 녹농균은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피부관리실이나 네일숍, 수영장, 해수욕장 등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치료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다른 일(감염)이 없었다면 개에게 물린 상처로 패혈증이 발병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감염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김탁 순천향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소독치료와 주사 등 간단한 치료만으로는 녹농균이나 다제내성 녹농균에 감염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응급실을 찾은 6일 전에는 통원치료만 받았다.

전문가들은 개물림 사고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본다. 김 교수는 “녹농균이 개에 물렸을 때 생기는 흔한 균은 아니지만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엔 상처가 악화돼 원인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장도 “개 구강 내부와 타액에 녹농균이 있다는 보고가 더러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씨 측은 문제의 반려견 구강에서 녹농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소견서를 24일 강남구청에 제출했다.

녹농균은 감염경로가 다양하고 별도의 예방접종도 없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연환경에 있는 녹농균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피부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엄 교수는 “면역이 약한 사람이 아니면 쉽게 감염되지 않고 중증 감염증으로도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재호 이택현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