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밝힐 ‘평화의 불’이 온다
입력 2017-10-25 05:00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 신전에서 채화됐다. 올림픽의 가장 중요한 상징이자 가장 큰 이벤트 중의 하나인 성화 봉송이 시작됨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성화 채화 의식은 현지시간으로 24일 정오(한국시간 오후 6시) 헤라 신전에서 올림픽 찬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오륜기 게양을 시작으로 약 50분간 진행됐다. 먼저 그리스 배우 야니스 스탄코글루는 타키스 도사스의 시 ‘올림피아의 빛’을 낭송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이어 에프티미오스 코트자스 올림피아 시장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스피로스 카프랄로스 그리스올림픽위원장은 차례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축사를 했다. 이 위원장은 “성화는 신성한 올림픽 정신의 상징”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는 꺼지지 않는 열정과 올림픽 정신을 알리는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은 역대 최대 대회로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비가 내려 오목거울을 이용한 채화식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제사장 역할 맡은 그리스 여배우 카테리나 레후는 전날 받아놓은 예비 불씨로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의 슬로건)’을 만들었다.
사제들의 ‘성화 의식 무용’이 끝난 뒤 관례에 따라 그리스 선수인 아포스톨로스 앙겔리스(크로스컨트리 스키)가 첫 봉송 주자로 나섰다. 앙겔리스는 헤라 신전을 나서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기념비까지 이동한 뒤 한국인 첫 봉송 주자인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박지성에게 성화봉을 넘겼다.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채화 행사엔 이낙연 국무총리,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한국 정부와 조직위, 체육계 인사들이 참석해 ‘평화 올림픽’을 기원했다.
성화는 일주일 동안 그리스 전역을 돈 뒤 오는 31일 아테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평창 대표단에 전달된다. 한국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G-100일인 11월 1일 오전 11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다. 올림픽 성화가 국내에 오는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이다. 성화는 101일간 7500명의 봉송 주자와 함께 총 2018㎞ 구간을 순회하며, 내년 2월 9일 개회식장 성화대에 점화돼 17일 동안 불을 밝힌다.
고대 아테네에서 열렸던 올림픽 기간 동안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선물한 불을 기념하기 위해 대회 기간 불을 피워두었는데, 이것이 성화의 기원이다. 첫 성화 봉송은 1936 베를린올림픽 때 칼 디엠 조직위원회 부회장의 구상으로 시작됐다. 성화가 개최 도시로 운반되는 동안 주자들의 이야기와 봉송 지역에 깃든 사연은 감동과 화제를 낳는다. 특히 마지막 봉송 주자와 점화자, 점화 방식 등은 올림픽 때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공개되지 않아 큰 화젯거리가 된다.
글=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