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수요 막고 취약계층은 지원… ‘뇌관’ 안 터지게 C·D그룹 빚 194조 관리

입력 2017-10-25 05:02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핵심은 가계부채를 그룹별로 나눠 취약계층에게는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기에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24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을 보면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약 200조원은 부실 우려가 있거나 이미 장기 연체에 빠진 빚이다. 확실히 상환이 가능한 A그룹은 746만 가구(68%)이고, 부채액은 724조원(54%) 정도다. A그룹은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가구다. 절반에 가까운 나머지 가구는 빚을 상환하기에 소득·자산이 충분하지 않다. B그룹은 자산과 소득 조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한다. 가구 수는 313만 가구(29%), 부채액은 525조원(39%)이다.

자산·소득이 모두 부족한 C그룹 32만 가구의 부채는 94조원으로 집계됐다. 언제든 연체에 빠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C그룹은 가구당 소득이 4100만원 수준인데 가구당 부채는 2억9000만원에 달했다. 정규직 비율도 38%로 A그룹(54%)이나 B그룹(43%)보다 낮다.

취약계층은 부채의 질도 나쁘다. A, B그룹의 담보대출 비중이 80%대인 반면 C그룹은 75%로 낮다. 신용대출 비중은 20%로 높고 다중채무 비율이 73%나 된다. 이미 장기 연체에 빠진 D그룹의 가구 수는 집계되지 않고 부채액은 100조원으로 추정된다. C, D그룹의 부채를 합치면 194조원으로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정부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맞춤형 대책’을 펼친다. 상환 능력이 양호한 B그룹은 계속 빚을 잘 갚고, 연체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한다.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회사들이 대출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않도록 모니터링한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지나치게 줄이지 않는지도 감독 대상이다.

연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C그룹에는 연체부담 완화 방안을 적용한다. 올해 중으로 금융회사의 연체가산금리를 3∼5%로 인하하는 방안이 발표된다.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한 대출자의 주택을 경매에 부치는 것을 최대 1년간 유예하는 정책도 내년부터 시작한다.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 혜택도 늘어난다. 단기 연체자 지원 프로그램인 ‘프리워크아웃’을 받는 채무자의 이자 부담은 추가로 내려간다. 프리워크아웃을 통해 성실하게 빚을 갚으면 약정이자율에서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채무조정 시 원금감면 우대 혜택을 적용받는 취약계층의 범위는 청년 가장과 미성년자로 확대한다.

다음 달에는 D그룹의 소액·장기연체채권을 적극 감면하는 방안이 발표된다.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채권 1조9000억원을 탕감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신혼부부, 저소득층의 주거비 지원은 강화한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신혼부부 전용 전세대출 상품이 신설된다.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대출을 만들어 우대금리를 주는 방안 등이 논의된다.

이번 대책에는 자영업자 대출 관리 방안도 담겼다. 자영업자 대출 521조원 중 가계부채는 440조원, 개인사업자 대출은 81조원이다. 대출자는 160만2000명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대출금액 3억원 이하,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의 경우 48만4000명이 38조6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 금리 상승에 가장 취약한 그룹이다. 일반형 자영업자(대출금액 3억∼10억원)는 84만6000명으로 부채액은 178조원이다. 상환 능력은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사업 규모는 영세하다. 정부는 생계형·일반형 대출자 비중이 83%로 높아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생계형의 경우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13.8%), 고금리 대출 비중(14.3%)이 상대적으로 높다.

정부는 이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1조2000억원 규모의 ‘해내리 대출’을 출시한다. 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해내리-Ⅰ 대출’이 1조1800억원 지원된다.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특별지원 대출을 확대한 것이다. 금리는 연 4.16%에서 추가로 1.0∼1.3% 포인트 내린다. ‘해내리-Ⅱ 대출’은 200억원 규모로 생계형 소상공인에게 최대 7000만원, 만기 7년의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자영업자 지원책은 부동산 임대업자에겐 제공하지 않는다. 부동산 임대업자의 경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등 규제 대상이 된다. 취약계층은 지원하되 부동산 투기 수요는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