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이나 모양새는 잘 갖췄지만 새로운 건 없었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에 대한 에너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원전 안전성을 위해 2019년 6월까지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설계기준 사고뿐만 아니라 중대 사고를 포함해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 후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한수원에 권고한 54개 안전기준 조치를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등 안전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원전에 동시 다발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안전성을 종합 평가할 수 있는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규제방법론’도 조기에 개발하고 25년 이상 장기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투자도 확대한다. 모든 원전이 규모 7.0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성능도 내년 6월까지 보강하고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에 따른 단층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진보강 조치도 실시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다수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규제방법론’ 개발이다. 일부 지역에 원전이 몰려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원전이 몰려 있을 경우 얼마나 위험하냐를 두고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지만 의견은 제각각”이라며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 때 바로 옆에 있던 원전은 망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전 숫자도 단계적으로 줄인다. 신고리 5, 6호기가 준공되는 2022년 28기로 늘어나면서 정점을 찍고 2031년 18기, 2038년이면 14기만 가동한다.
정부의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원전을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상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경북 울진의 신한울 3, 4호기와 영덕의 천지 1, 2호기는 지난 5월과 6월 이후로 건설 준비 작업을 중단했다. 이들 지역은 ‘발전소 주변 지역에 관한 법률’(발주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전기요금에 포함된 전력 산업 기반 기금의 지원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지원 여부까지 불투명해져 지역 주민의 반발이 예상된다. 건설 작업에 들어간 원전 4기 협력 업체들의 배상도 거론하지 않았다. 원전 4기의 매물비용만 8000억원에서 1조원가량 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원전의 단계적 감축 과정에서 지출된 비용은 정부가 관계부처 협의와 국회심의를 거쳐 여유 재원을 활용해 보전하고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 유승훈 교수는 “새로운 게 없다”면서도 “다만 보상 언급은 미흡하긴 하지만 처음 나온 만큼 발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원전 백지화에 따른 전력수급 계획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신한울 3, 4호기, 천지 1, 2호기, 이름을 정하지 않은 신규 1, 2호기의 전력 공급량은 8.8GW다. 정부는 7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30년 12.7GW가 감소한 101GW 정도 수준으로 보고 8차 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법안 통과도 필요하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한전이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탈원전 로드맵] 모든 원전 ‘사고관리계획’… 안전 투자 확대
입력 2017-10-2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