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4개월 남기고 돌연 사퇴한 김인호 무역협회장, 왜?

입력 2017-10-24 20:03 수정 2017-10-24 21:57

김인호(사진) 한국무역협회장이 24일 임기 4개월을 남기고 돌연 사퇴했다. 무역협회장이 임기 도중 하차한 경우는 구평회 회장(22∼23대, 1994년 2월∼199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평소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김 회장과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맞지 않았던 데다 현 정부에서 김 회장의 사퇴를 희망했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김 회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정부가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메시지를 누가 보냈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즉답을 피했지만 “무역협회장 인사는 정부 최고 책임자 모르게 진행된 적이 없다”고 말해 청와대로부터 메시지가 전달됐음을 간접 시사했다.

사퇴 배경과 관련해선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김 회장 본인의 생각과 다르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회장은 “경제 전반, 산업과 기업, 무역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 간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됐고 이러한 차이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협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김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또 “경제정책이 시장 중심으로 개인과 기업이 창의를 발휘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만 이 정부 정책에서 시장이라는 말이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무역협회장 인선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무역협회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의 의사표시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 관행적인 것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며 “향후 기존 관행대로 할 것인지, 적임자를 선임하기 위한 제도와 절차를 발전시킬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는 무역협회장 인선 과정에서 유력 후보를 추천해 왔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4회로 1967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1997년 청와대 경제수석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책임 등으로 구속 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경환 전 부총리와 경제기획원 선후배인 데다 김 회장이 경제수석으로 있을 때 최 전 부총리가 보좌관으로 일했다.

김 회장은 2014년 11월 출범한 박근혜정부 제2기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민간위원장에 임명돼 정부 측 당연직 위원장인 최 전 부총리와 호흡을 맞췄다. 김 회장은 “일각에서 최 전 부총리가 나를 무역협회장에 앉혔다고 하는데 이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