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예고한 북한이 의외로 잠잠하다. 지난달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쏜 뒤로 39일째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가장 긴 도발 휴지기다. 정부는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발 중단 상태를 계속 이어가 변화의 계기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북한은 일단 미국과 중국의 대형 정치이벤트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1월 첫 아시아 순방에서 나올 대북 메시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한반도 정책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4일 “북한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순방, 중국 당대회 이후 상무위원 발표 등 외부 환경을 보면서 호흡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의 국제핵비확산회의에 참석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출구’란 단어를 쓴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 국장은 한반도 긴장완화 세션에서 마지막 발제자로 나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과 공존하는 올바른 선택을 취한다면 출구(way out)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입장을 전제조건으로 달긴 했지만 주요 당국자 입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최 국장은 한국에 대해선 발언 톤을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 국장은 한·미 연합훈련을 미국의 대규모 해상훈련이라고 표현하는 등 의도적으로 한국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를 열어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 이상철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북한이 한 달 이상 추가 도발을 감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 유의하는 한편 추가 도발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 압박도 북한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지북파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모스크바 국제핵비확산회의에서조차 북한이 한국의 대화 제의에 호응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비핵화 목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혜 문동성 기자 jhk@kmib.co.kr
39일째 도발 움직임 없는 北… ‘북핵 해결 출구’ 시그널인가
입력 2017-10-2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