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PA) 소속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관련 학술회의 참석을 막은 트럼프정부에 항의해 거리로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PA는 소속 과학자 3명이 이날 로드아일랜드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 참석해 기후변화에 대해 연설하게 돼 있던 일정을 행사 직전에 취소했다. EPA는 “우리가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만 말할 뿐 제대로 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들은 지적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로드아일랜드 등 6개주를 아우르는 뉴잉글랜드 지역 최대 하구인 내러갠섯만의 상태에 대해 3년간 진행한 연구 내용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기후변화 관련 내용이 연구의 핵심을 차지한다.
뉴욕타임스(NYT)는 EPA가 학술회의를 주최한 ‘내러갠섯만 하구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고, 연설을 취소당한 과학자들이 400쪽에 달하는 보고서 작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보고서가 최근 수십년간 개선된 내러갠섯만의 수질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WP는 전했다.
EPA의 이번 조치는 “기후변화는 거짓”이라며 지난 6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EPA는 트럼프 취임 직후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과학자들은 정부의 학술회의 참석 취소 조치에 거세게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 ‘(기후변화) 부정은 정책이 아니다’ ‘EPA 정책은 과학이 필요하다’라고 적은 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한편 니카라과가 이날 파리협정에 가입하면서 협정 불참국은 전 세계에서 미국과 시리아만 남게 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기후변화 학술회의 과학자 참석 막은 美 환경보호청
입력 2017-10-25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