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교인 과세 코앞인데… 현황 파악 공문 보낸 당국

입력 2017-10-25 00:00 수정 2017-10-25 20:55

과세당국이 뒤늦게 종교단체와 종교인 현황 파악에 나섰다. 2015년 통과된 종교인 과세 관련법(소득세법 및 시행령 개정안)의 본격 시행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다. 종교계는 관련법과 시행령 입안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야 하겠다고 나서는 데 대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3일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7대 종단과 교단에 ‘소속 종교단체 및 종교인 현황 요청’ 공문을 팩스로 발송했다. 공문은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 예정인 종교인소득 과세 준비를 위해, 교단·종단의 소속 종교단체 및 종교인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과세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소속 종교단체와 종교인 현황을 오는 27일까지 명단으로 작성해 회신해 달라”고 안내했다. 회신 명단 양식에는 교회와 사찰 등 노회·교구 소속 단체의 고유번호와 종교인 수 대표자 소재지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

닷새 만에 고유번호와 종교인 수를 파악해달라는 공문을 받아든 교계는 불만을 터뜨렸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 IC) 관계자는 “23일 밤 연합회 팩스로 공문이 도착했는데 뜬금없다”며 “연합회 산하 교회의 숟가락 개수까지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막상 과세하려고 보니 기초자료가 부족한 것을 파악하고 이제야 조사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국세청으로부터 현황 파악을 위한 협조 공문을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며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설명회와 현황 파악 요청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최충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사무총장은 “과세당국이 이제야 종교인 과세 대상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은 늦은 감이 있다”며 “탁상행정으로 논의 진행을 마음대로 하기에 협의는 되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과세당국의 시계는 바삐 움직이고 있다. 2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민족종교협의회를, 김희철 서울국세청장은 전계헌 예장 합동 총회장을 방문했다. 국세청은 23일 종교인소득 과세제도 설명회 안내 공문도 발송했다. 개신교는 25일과 다음달 6일, 개신교와 불교를 제외한 종단은 다음달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2층 대강당에서 과세개요 및 신고방법을 설명한다. 일반인도 참석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 등을 거치며 종교인 과세 대상 인원 현황 파악 요청이 많았다”며 “종교단체가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며 국세청에 등록돼 있지만 혹시 빠진 단체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오해와 진실 시리즈 31면

김동우 장창일 최기영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