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급격한 부채 증가세를 막아 미래 위험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잘 짜여졌다고 평가할 만하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정할 때 기존 주택대출 원금까지 반영하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내년부터 도입하고 신용대출과 미래 소득까지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내년 하반기로 앞당겼다. 다주택자의 돈줄을 사실상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인 아파트 집단대출 증가를 막고 부동산 임대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자영업자 대출도 고삐를 조인다. 대신 빚 갚을 능력이 부족한 취약가구나 생계형 자영업자 등은 채무탕감이나 채무 재조정으로 지원한다.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본격적인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가계부채 폭발 시점이 더 빨라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올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국내 기준금리(연 1.25%)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이 발생해 외국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주 금리인상 깜빡이를 켜며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내년 1월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한 이유다.
가계부채의 70% 이상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이달 들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대로 올라섰다. 정부 대책은 늦은 감이 있다. 박근혜정부가 경기를 띄우기 위해 대출 규제를 풀면서 최근 2년간 가계부채는 이전까지의 두 배인 연평균 129조원씩 늘었다. ‘빚 내서 집 사라’고 정부가 부추긴 꼴이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부동산 정책이나 경제정책은 수십년을 내다보는 장기 비전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빚으로 집을 사서 돈 버는 시대는 갔다’고 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 것은 정권 따라 정책이 널을 뛰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경기를 급격히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주택거래가 위축되면 건설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부동산 가격하락은 소비감소를 불러올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국내총생산(GDP)의 95%까지 비대해진 가계부채를 방치하는 것은 핵폭탄을 껴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가계부채를 연착륙시켜 뇌관을 제거하는 게 시급하다.
금리상승기에 가장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저소득·저신용 취약계층이다. 이들에 대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환불능 가구의 소액연체 채권을 탕감해주기로 한 조치 등은 성실히 빚을 갚아온 채무자들과의 형평성을 해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어 일견 걱정스럽다. 심사과정에서 자격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설] 가계부채 증가세 주춤하겠지만 경기 위축 우려스럽다
입력 2017-10-24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