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신탁 방식 재건축, 대안이라는데…

입력 2017-10-25 05:01

강남발 재건축 비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보다 투명한 사업 진행이 가능한 신탁 방식 재건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신탁사 수수료 발생으로 사업성 악화 등 불안요소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지정된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서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재건축 사업 전반을 대행하는 방식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주민들이 각 가구 소유자 4분의 3 이상 동의를 얻어 신탁사에 땅을 신탁하면 신탁사가 시행자가 돼 정비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지난해 3월 법률 개정으로 신탁사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단독 시행사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본격화됐다.

신탁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별도의 조합 설립이 필요 없어 재건축 사업 기간을 최대 2년 정도 단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부활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신탁사는 무소불위의 재건축 조합과 달리 금융감독원에 자금 관리 등을 보고해야 한다. 조합 내 비리나 시행자와 건설사 간 위법 행위가 원천 차단되는 셈이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해 여의도 시범·수정·공작 아파트 등이 잇따라 신탁 방식을 도입했고 마포 성산시영·서초 방배삼호 아파트 등도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건부 신탁 방식을 취하는 곳도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는 1년 안에 75%가 동의하면 신탁 방식으로, 그렇지 않으면 기존 조합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합 방식과 신탁 방식을 두고 조합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절충안을 선택한 것이다.

다만 우려도 있다. 신탁사 수수료 발생으로 추가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신탁 수수료는 평균적으로 분양 매출의 2% 내외다. 신탁사들 간 경쟁으로 과장 광고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24일 “현재 재건축에서 신탁사업으로 아파트를 준공한 사례가 없어 불안한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신탁업 자체가 영세하기 때문에 사업성 악화 등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