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후속조치와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에너지 정책을 원전 단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쪽으로 전환키로 결정한 것이다.
공론조사의 효력에 대해 이견이 있지만 5, 6호기 건설재개는 찬성이 반대보다 19% 포인트 앞서 논란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문제는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30년까지 20%로 확대 등을 담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다.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공론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가야 할 탈원전·탈석탄·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공론조사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해 축소 53.2%, 유지 35.5%, 확대 9.7%의 답변이 나온 걸 근거로 삼은 것 같은데 이를 두고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건 무리다. 유지와 확대를 합치면 45.2%로 축소와 불과 8% 포인트 차다. 공론화위가 원전 축소까지 권고한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전력수급, 환경, 안전, 산업, 일자리, 안보,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백년지대계다. 공론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시민참여단 471명의 판단에 맡길 사안이 아니다.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 간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고 각계의 여론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 전환에는 법규 제·개정도 수반되는 만큼 국회에서의 논의와 동의도 필수다. 힘들더라도 거쳐야 할 과정이다. 탈원전이 올바른 방향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원전은 선악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의 문제다. 로드맵을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고 이제부터라도 야당과 각계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의견을 경청해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협조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한다. 그래야 로드맵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이명박정부가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데도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다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유념해야 한다.
[사설] 탈원전 로드맵 국민적 공감대 더 확보해야
입력 2017-10-24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