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오해와 진실] ‘휴가비·이사비 등 과세’ 개신교는 있는데 불교는 왜 없나

입력 2017-10-25 00:01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종교인 세부 과세기준안(기준안)은 어떻게 다를까. 국민일보는 기획재정부가 두 종단에 발송한 기준안을 입수해 24일 비교해보았다. 종단별로 지출 방법과 규모가 다양하기에 종교인 과세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선 교단별로 구체적인 과세 기준 제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세부 과세기준안은 가이드라인일 뿐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종교인이 기준안에 따라 스스로 세금을 신고할 가능성이 높아 각 종단의 특성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설계할 필요는 있는 셈이다.

두 기준안을 비교해보면 개신교 기준안에 있는 휴가비 특별격려금 이사비 수양비가 불교 기준안에는 없다. 목사들만 휴가와 수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목사들이 “개신교가 타 종교보다 기준안이 지나치게 상세하다”며 “휴가비, 이사비까지 과세하려 드는 일은 개신교를 옥죄려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기도 하다.

반면 불교 기준안에는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보시’가 과세 대상으로 게재됐다. 개신교 기준안에는 ‘헌금’이라는 항목이 없으나 교회로 따지면 헌금이라 할 수 있는 보시가 과세 대상에 포함돼 있기에 불교계 종사자들로서는 반발할 여지가 있다. 이에 불교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정부는 종교인 과세가 아니라 종교 과세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교의 보시뿐 아니라 개신교의 헌금도 사실상 주요 과세 대상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불교 기준안에는 1인 사찰의 생활비도 명시돼 있다. 종교인 과세에 1인 사찰이 포함될지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개신교 기준안에는 1인 교회가 포함돼 있지 않다. 법적 판단보다 기준안에 따라 세금 신고 기준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1인 교회 목사들로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가 아쉬울 수 있다.

기준안에는 종단에 따라 용어가 다른 항목도 있다. 이 경우 개신교는 구체적 용어가 명시된 데 반해 불교에는 추상적으로 기재된 부분이 여럿 있다. 예를 들어 개신교의 심방사례비와 부흥회사례비는 불교 기준안에서 신도 등으로부터 받는 사례비와 다른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사례비로 표현돼 있다. 개신교 기준안에서는 크게 무리가 없는 출산(보육)비도 불교 기준안에 그대로 들어가 다소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신교는 성도들이 많고 논문 등 참고할 자료들이 많지만 타 종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종교인 과세 시행에 대비해 종교인과 종교단체 파악이 제대로 안돼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이는 자칫 기준안이 개신교를 타깃으로 작성했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한민국 7대 종단(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중 한국민족종교협의회와 천도교 등은 그 종단의 특색을 제대로 반영한 기준안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종단에 소속된 종교인의 업무가 대부분 봉사의 형태로 소득 파악 형태가 쉽지 않은 것도 이유다.

규모로도 개신교는 종교인 과세 대상의 절대다수다. 통계청은 2015년 기준 개신교 단체 종사자를 10만8564명으로 조사했다. 불교(2만6453명) 천주교(9426명) 민족종교(2213명) 나머지 종교(1984명) 등을 합한 수보다 많다. 개신교의 반발을 제쳐 둔 채 다른 종단과의 논의만 추구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이 될 수 있다.

사례비도 따져볼 사안이다. 신도로부터 종교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사례비는 종교인 과세가 아닌 일반 과세 대상이다. 반면 종교단체를 거친 헌금과 보시 등은 종교인 과세 대상이다. 두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신고 방법에 따라 과세액이 달라질 수 있다. 300만원 미만 사례비는 분리과세 적용돼 14%가 원천 징수되지만 이를 헌금과 보시 명목으로 신고할 경우 세율이 6∼45%로 다양해질 수 있다. 재정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1인 사찰 등은 필요에 따라 기부금을 보시와 사례비로 나눠 신고할 여지가 있고 이 경우 과세 당국의 판별이 어려울 수 있다.

한 세무사는 “종교단체와 종교인 재정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현실을 무시하는 법이 될 여지가 크다”며 “사례비와 헌금 구분의 경우 실질적 조사가 어려울 테고 종교인 자신도 혼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 구자창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