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0%라더니 일부 77%… P2P 경고음

입력 2017-10-24 05:00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금융업체에 경고등이 켜졌다. ‘연체율 0%’라는 허울 아래 곪고 있던 연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P2P금융협회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회원사의 누적 대출액은 1조4735억원, 평균 연체율은 2.99%라고 23일 밝혔다. 연체율은 지난 8월 말(1.04%)보다 약 3배나 급등했다. 연체율이 급격히 오른 배경엔 ‘연체율 0%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P2P 금융업체는 부실·연체율이 낮다는 점을 내세워 투자 안전성을 홍보했다.

‘불씨’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대환대출에서 자라고 있었다. 대환대출은 만기일이 다가오는데 상환금을 마련하지 못한 대출자가 또 자금을 빌려 이전의 대출금은 갚는 걸 말한다. 이런 식으로 유지되던 연체율 0%는 최근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 당국이 지난 5월 말에 개인이 P2P 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1곳당 연간 1000만원으로 묶으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금액 제한으로 투자금 유치가 원활하지 않다보니 대출자들의 대환대출이 어려워졌다”며 “돌려막기 고리가 끊기자 그들에게 돈을 빌려준 P2P 금융업체들의 실제 연체율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체율이 77.2%까지 치솟은 펀듀가 대표적 사례다. 이 업체의 연체율은 지난 8월 말 0%였다. 현재는 대출잔액 약 240억원 가운데 200억원을 연체 중이다. 펀듀는 주로 홈쇼핑 방송 중개업자에게 돈을 빌려줬다. 그동안 중개업자의 대환대출이 잘 이뤄지다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대환대출이 막힌 것이다. 박희웅 펀듀 대표는 “홈쇼핑 방송 중개업자의 자금 운용 기간이 6개월인데 2∼3개월의 단기 대출상품을 마련한 게 우리의 실수”라며 “오는 12월까지 자금이 회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홈쇼핑 방송으로 물품이 잘 팔렸을 경우를 전제조건으로 하기 때문에 자금 회수 여부는 확실치 않다. 안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