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중의원 선거 압승] ‘개헌 야망’ 부푼 아베, 희망의당에 추파

입력 2017-10-24 05:02

“여야 관계없이 합의 추진”
개헌파, 전체 의석 중 80%
제1야당서 밀려난 희망의당 자중지란 속 앞길 험난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는 22일 중의원 선거 승리가 확인된 순간부터 개헌 드라이브를 재개했다.

이날 밤 개표 방송 인터뷰에서 “자위대가 위헌이냐 합헌이냐는 논쟁을 내 세대에서 종지부를 찍고 싶다”며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에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또 “희망의당 분들은 개헌에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를 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벌써부터 보수야당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23일 기자회견에서도 개헌에 관해 “여야 관계없이 폭넓은 합의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국민의 이해를 포함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 달 1일 소집되는 특별국회에서 다시 총리로 지명된 뒤 곧바로 제4차 아베 내각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현 장관들이 지난 8월 임명됐기 때문에 모두 재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낼 토대는 마련됐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고, 보수야당 2곳(희망의당·일본유신회)도 개헌에 긍정적이다. 이 4개 당을 합친 개헌 세력은 전체 의석의 80%에 달한다.

각 당의 당론과 별개로 이번 선거 당선자 개개인의 입장을 따져 봐도 개헌파가 압도적으로 많다. 아사히신문이 설문조사한 결과 당선자의 82%가 개헌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다만 개헌의 내용에 대해선 다소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 방안에 대해 찬성이 52%, 반대가 29%, 선택 안함이 19%로 나왔다.

당초 자민당의 맞수로 등장했으나 선거 참패로 입헌민주당에 제1야당 지위를 넘겨준 희망의당은 내부 구성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창당 멤버 대부분이 낙선하면서 고이케 유리코 대표(도쿄도지사)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한 당선자는 “고이케 대표가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 열리는 희망의당 의원 간담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케 대표는 도지사 업무 관련 출장으로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다. 그가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 패배를 인정한 것에 대해 현지 신문 르피가로는 “도망 중인 여왕 같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희망의당에 대해서도 “정책적 신념보다는 이기적인 계산과 이해관계로 만들어졌다”고 혹평했다.

진보 성향 신당인 입헌민주당은 ‘반(反)아베, 반(反)개헌’ 색깔을 분명히 한 것이 주효해 괄목할 만한 성공을 거뒀다. 진보 성향 표심의 거의 유일한 선택지가 된 것이다. 입헌민주당은 특히 60, 70대 고령층의 지지를 많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10, 20대 젊은 유권자 중에선 자민당에 표를 던진 사람이 많았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진보 성향이 강하고 고령층일수록 보수 성향이 강해지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