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필요하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부정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 채용을 무효로 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청탁자와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형사 책임과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를 보면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최근 드러난 채용 비리의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등 공공기관 및 국정업무 수행기관, 준(準)공기업에까지 채용비리가 만연한 상황임이 확인됐다. 이 사안이 취업난에 고충을 겪고 있는 청년세대에 미칠 영향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특히 “(채용비리는)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며 “공공기관이 오히려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려 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용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고 감독체계도 강화하기 바란다”며 “총체적 채용비리가 재발한다면 해당 공공기관과 함께 주무부처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보회의에서는 채용절차 위반 시 제재규정이 미비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을 개선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부정취업자 당연 퇴직 규정을 명시하고 부정행위자(부모 등 제3자의 부정행위 포함) 합격취소 관련 규정을 채용공고에 포함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회의 결과 채용 완료 후 2개월 내 상시 자체 감사를 정기 시행하는 한편 부정 채용이 적발될 경우 관련 임직원의 성과급 환수도 추진키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정 채용된 직원을 퇴직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을 즉시 해임·파면키로 하는 한편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5년간 채용실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고 지난 11일 밝힌 바 있다. 관가에서는 점검 결과가 조만간 단행될 고위 공무원단 인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
채용비리 근절 등 ‘공정 경제’와 함께 ‘혁신 성장’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긍정적 기대감이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혁신기업이 경제 활력의 근간인 만큼 혁신창업 대책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최근 경기 회복 온기가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고용과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더욱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文 대통령 “공공기관 채용비리 합격자 무효·취소 방안 검토하라”
입력 2017-10-23 19:44 수정 2017-10-23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