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타교회 위임목사 ‘빼내기’ 잇단 갈등

입력 2017-10-24 00:04
일러스트=이영은
#서울 영락교회는 이달 초 당회를 열어 충북 청주시 복대교회 위임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키로 하고 청빙 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하지만 복대교회 성도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당회는 물론 교인들까지 “사전에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떠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사를 만류했다. 청빙은 결국 무산됐다.

#지난 7월 청빙을 마친 서울 새문안교회도 홍역을 치렀다. 청빙 대상이 경북 포항제일교회 위임목사였기 때문. 해당 교회 교인들이 ‘목사님이 마음을 돌리게 해 달라’며 기도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이 교회 목사는 청빙을 수용했다.

‘리스크 줄이자’ 위임목사 청빙 논란

“저희 교회의 청빙을 받아주십시오.” “우리 목사님은 절대 보낼 수 없어요.”

담임목사 청빙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교회 지도자인 담임목사 청빙은 시종 축복 가운데 진행돼야 하지만 순조롭지만은 않다. 다른 교회 위임목사를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위임목사가 청빙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력서에 기재되는 학력과 다양한 목회 경력 가운데서도 위임목사가 주는 매력이 크기 때문이다. 교회법상 위임 목사는 70세에 은퇴할 때까지 해당 교회에서 시무할 수 있기 때문에 ‘검증이 끝났다’는 점이 안정감을 준다. 이른바 ‘청빙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이다.

영락교회의 한 청빙위원은 23일 “청빙하는 교회나 목사를 내줘야 하는 교회 모두 상처가 남게 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청빙이 급한 교회로서는 교회 안정을 우선 순위에 둘 수 밖에 없고, 타 교회 위임목사에게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갑자기 목사를 떠나보내야 하는 교회는 상처가 이만 저만 아니다. 복대교회의 한 교인은 “목사님이 떠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는 ‘목사님이 우리를 떠나려 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서운한 감정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교회를 떠난 이후 지난 8월 청빙위원회를 꾸린 포항제일교회는 여전히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상태다.

뛰는 위임목사 몸값 VS 착잡한 부목사들

위임목사는 흔히 ‘교회와 결혼한 목사’라고도 한다. 목사 정년(70세)까지 해당 교회 목회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위임목사 제도가 무력화된 사례는 많다. 최근 한 교회 위임목사는 금요일 저녁예배 설교 말미에 “이번 주일을 끝으로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됐다”고 말한 뒤 홀연히 교회를 떠났다.

물론 위임목사도 여건에 따라 교회를 떠날 수는 있다. 따라서 위임목사를 청빙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데 대한 반론도 없지 않다. 다만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하다는 게 교계 정서다.

교회문화연구소장인 이의용(국민대) 교수는 “부목사들을 대상으로 한 청빙이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위임목사를 청빙할 수도, 위임목사가 교회를 옮길 수도 있는 일”이라며 “하지만 ‘교회와 결혼한 목사’로서 떠날 교회와 목회를 새로 맡게 될 교회 교인 모두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더불어 예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청빙 기준을 달리하는 교회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 24일 담임목사 청빙 공고를 낸 서울 양천구 목민교회는 ‘현재 위임목사로 시무 중인 목사의 지원은 사절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교회 청빙위원장 이기철 장로는 “위임목사 청빙은 목사를 뺏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같은 현실을 바라보는 부목사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한 현직 부목사는 “부목사들은 갈 곳이 없는데 위임목사들만 선호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면서 “기회가 있어야 도전도 하는데 아예 기회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글=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일러스트=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