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 사람들 품는 협력 리더십이 핵심”… 英 선교적교회 파이오니어 훈련과정 국내 첫 소개

입력 2017-10-24 00:02
김홍일 브랜든선교연구소장이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열린 ‘작은 교회여 함께 평화를 노래하자’ 행사에서 파이오니어 훈련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영국 성공회의 파이오니어 훈련과정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파이오니어는 교회를 떠났거나 교회 경험이 없는 사람을 선교하기 위해 다가가는 이를 뜻한다. 음악이나 문화를 공유하는 참여형 대안 예배공동체나 최근 생겨나는 카페 교회 등 선교적 교회가 파이오니어 사역의 결과물일 수 있다.

브랜든선교연구소장인 김홍일 대한성공회 신부를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감리교신학대에서 만났다. 이곳에선 생명평화마당이 주최한 ‘작은 교회여 함께 평화를 노래하자’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김 신부는 행사장을 찾은 이들에게 파이오니어 훈련과정을 소개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파이오니어가 일군 선교적 교회는 작은 교회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적 교회는 초대 교회의 모습으로 삶의 현장 속 선교를 중시하는 교회다.

파이오니어 훈련의 핵심은 파이오니어 정신과 영성을 이해하고 팀 사역과 이를 위해 협력하는 리더십을 기르는 데 있다. 김 신부는 “권위적 리더십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협력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의 삶은 파이오니어를 닮았다. 김 신부는 86년 대한성공회의 대표적 봉사단체인 나눔의 집 설립을 주도하고 2007년에는 대한성공회 최초로 건물 없는 교회인 성공회희년교회를 개척했다. 2014년부터는 청년주거공동체 ‘숨과쉼’을 만들어 청년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김 신부는 “교회를 거부하던 이들 속에서 소통하며 예배 공동체를 만들어가던 일들이 파이오니어로서의 일이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파이오니어는 조니 베이커 영국성공회 교회선교회(CMS) 훈련국장에 의해 시작됐다. 교회 밖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기존 교회 목회와 선교에 답답함을 느꼈던 베이커 국장은 교회 밖 이들을 향해 직접 찾아가는 전략을 선택했다. ‘하나님의 스파이’라는 별명처럼 교회를 모르거나 반감을 품은 이들의 문화에 들어가 이들과 소통하며 하나님을 믿도록 만들었다.

영국의 파이오니어 훈련과정은 영국 더럼대와 공동 석사학위를 줄 수 있는 과정으로 발전했고 여러 신학대학원이 ‘파이오니어 성직과정’을 개설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성공회는 이 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성직 과정으로 인정해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평신도도 6개 과목 이상을 수료하면 사역을 위한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김 신부는 교회개척학교 숲(대표코치 김종일 목사)과 함께 파이오니어 훈련과정을 다음 달 4일부터 매주 토요일 4회에 걸쳐 강의할 예정이다. 영국 성공회의 파이오니어 훈련과정을 한국 문화와 역사에 맞게 토착화시켰다. 파이오니어는 누구이며 어떻게 사역하는지 등이 강의 내용이다. 강의 이전인 오는 28일과 30일에는 마크 베리 영국성공회 교회선교회 파이오니어 훈련책임자가 방한해 파이오니어를 소개할 예정이다.

김 신부는 “파이오니어 훈련과정 전체 16개 과목을 1년에 서너 과목씩 강의하는 게 목표”라며 “성도 개개인이 한 사람의 크리스천으로 삶의 현장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 증표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