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군사긴장 해소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

입력 2017-10-24 00:09
앤드류 영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23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갈등 치유 화해와 통일’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가장 연약한 대화라도 강한 무력보다 더 힘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인권운동가이자 목회자인 앤드류 영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제시한 북핵 문제의 해법이다. 영 전 대사는 23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총장 황준성)에서 열린 창학 1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갈등, 치유, 화해와 통일’을 주제로 이와 같이 강조했다.

영 전 대사는 “북한과의 군사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라며 “평화는 전쟁을 통해서는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평창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해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수 개인이 경기에 참가해 서로 대화하며 유대관계를 쌓을 때 평화를 위한 국가 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 전 대사는 미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적대관계에 있을 때 올림픽 등에서 탁구나 하키 농구 등의 경기를 통해 대화를 시도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과 열린 자세로 대화하며 평화적 관계를 진전시킨 사례도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북한과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존중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 전 대사는 “우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먼저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미국은 러시아와도 수십년전에는 적국관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화를 통해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전 세계 누구도 핵무기가 폭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다른 국가와 사람들을 위협하는 한 존중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남북 군사 위기의 해법으로는 기독교적인 인도주의가 제시됐다. 영 전 대사는 “우리가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설 때 굶주린 자를 먹였느냐고 묻지 몇 명을 죽였느냐고 묻지 않으실 것”이라며 “남북한이 헐벗은 자를 입히고 배고픈 자를 먹이고 억압된 자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협력할 때 남북간 차이는 평화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마법 같은 해법은 없다”면서 “우리는 하늘의 권좌에 있는 하나님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 전 대사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최측근으로 함께 흑인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면서 투옥되기도 했다. 그는 1977∼1979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에서는 최초로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다. 1973∼1977년에는 미연방하원의원을 지냈다. 2003년부터는 앤드류영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사진=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