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간 2000억대 예산 투입’ 테크노파크 경영실적 평가 보고서 엉터리로 작성

입력 2017-10-23 18:51

전년도 보고서 사실상 베껴
자료나 회의록도 안남기고 평가위원은 수당 받아 챙겨


정부가 지역산업 혁신을 위해 매년 2000억원대 예산을 투입, 운영하고 있는 테크노파크(TP) 경영실적 평가 결과 보고서가 전년도 보고서를 거의 똑같이 베끼는 등 엉터리로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작성한 테크노파크 사업의 2014년, 2015년 경영실적 평가 결과 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도입 부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이 흡사했다.

특히 보고서의 ‘종합성과’ 부문은 일부 표현만 빼고 거의 똑같았다. 예를 들어 ‘테크노파크별’을 ‘테크노파크 각각의’로, ‘이바지’를 ‘지원’ 등으로 바꾼 정도였다. 다른 부문에서도 ‘중앙’을 ‘중앙 정부’로, ‘효과성 제고’를 ‘제고’로 바꾸는 정도의 변화만 있었다. 권 의원은 “복사해서 붙여놓고 조사와 단어만 살짝 바꿔가며 작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테크노파크는 대학·연구소·공공기관 등에 산재된 기술 관련 자원을 모은 산업기술 단지로 현재 전국에 18개가 있다. 지난해엔 2762억원, 올해는 243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매년 전국 테크노파크 경영 전반을 평가하고 관련 결과 보고서를 작성한다. 교수, 연구위원 등으로 구성된 15명의 평가위원이 약 열흘 동안 서면평가, 현장실사, 발표평가 등을 진행한다.

평가는 평가위원들의 개별 평가를 모아 등급을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지지만 각 위원들의 평가 자료나 회의록도 따로 남아 있지 않았다. 평가위원들은 지난해 150만∼330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지급된 수당 총액은 4000여만원에 달한다. 권 의원은 “같은 내용의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평가 기관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