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 수리온 개발비 373억 KAI에 줘라”

입력 2017-10-23 19:18 수정 2017-10-23 22:14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54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뒤집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정부는 373억원은 물론 연 15%의 지연이자금을 KAI에 줘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윤성식)는 KAI가 국가를 상대로 “수리온 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2005년 12월 수리온 개발 업체로 KAI 등 30개 업체를 선정했다. 이듬해 5월 KAI를 포함한 22개 협력업체와 개발투자금 등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무기 구성품을 생산·납품하고 이를 최종 생산하는 과정에서 개발비·기술이전비를 일부만 주고, 양산 단계에서 나머지 금액을 보상금으로 주는 내용이었다. KAI는 이 과정을 총괄하며 방사청이 준 보상금을 다른 업체에 전달했다.

감사원은 2015년 10월 수리온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KAI가 547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고 밝혔다. KAI가 다른 업체의 투자금을 자신들이 투자한 것처럼 꾸며 돈을 더 가져갔다는 것이다. 방사청은 감사 결과를 근거로 KAI에 줘야 할 373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KAI가 다른 업체의 ‘개발투자금 보상금’을 자신의 비용에 더하는 방식으로 관리비와 이윤을 받은 건 합의서 등에 따른 것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KAI가 방사청과 다른 업체 사이에서 중개역할을 한 만큼 이에 대한 관리비 등을 받는 건 적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가가 미지급 금액 373억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KAI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