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불륜→ 내연남 아내 살인 ‘청산가리 소주’ 살인극 무기징역

입력 2017-10-23 19:17 수정 2017-10-23 22:12

2012년 5월 이혼한 한모(48·여)씨는 2014년 2월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유모씨를 만나 내연 관계가 됐다. 같은 해 9월 한씨는 유씨의 아내 이모씨에게 일부러 불륜 사실을 들켰다. 유씨가 이씨 전화를 받을 때 자신과 유씨의 대화 내용을 듣게 하는 식이었다. 한씨는 심부름센터에 55만원을 주고 자신과 유씨가 모텔에 들어가는 사진을 찍게 한 뒤 이씨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한씨의 기대와 달리 이씨는 바람을 피운 남편을 용서했다.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얻은 딸 때문에라도 이혼할 수 없다는 결단이었다. 이에 유씨는 한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결별을 통보했다. 그러자 한씨는 적반하장으로 이씨에게 유씨와 함께 간 해외여행 사진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 “못 헤어진다”고 말했다.

한씨는 또 다른 동창에게 자살할 것이라고 전화로 알린 뒤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웠다. 그는 119구조대에 구조돼 병원으로 후송됐다가 이틀 만에 퇴원했다. 곧 심부름센터를 찾아가 이씨를 납치하거나, 최음제 등을 먹여 다른 남자와 성관계하는 사진을 촬영해 달라는 등 파렴치한 일까지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무렵 유씨 부부는 집을 담보로 3억5000만원을 마련해 한씨에게 송금했다. 한씨 어머니가 유씨에게 딸의 자살 소동을 전하며 책임지라는 투로 말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본인은 유씨와의 모든 일에 문제 삼지 않겠음을 확인합니다”라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불륜은 계속됐다. 이씨는 남편의 불륜을 재차 발각하고도 한씨에게 “연락하지 마세요. 그 사람 이혼 못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씨는 문자를 받은 이틀 뒤에 “함께 술을 마시자”며 이씨 아파트를 찾아갔다. 청산가리를 희석한 소주를 준비한 상태였다. 1시간 뒤 빠져나올 때 한씨는 아파트 11층에서 1층까지 걸어 내려왔다. 한씨 휴대폰에서는 ‘청산가리 살인법’ ‘청산가리 몰래 먹이는 방법’ 등이 29차례 검색됐다. 한씨는 살인 혐의로 붙잡힌 뒤 자살 목적으로 청산가리를 샀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유씨가 살해했을 수 있다고 둘러댔다.

재판부의 결론은 ‘불륜 목적의 전형적인 모살(謀殺)’이었다. 1심은 징역 25년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피해자가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가정까지 파괴한 것”이라며 무기징역으로 형량을 높였다.

이씨가 남편의 불륜을 용서하며 지켜온 딸은 이씨 무덤에 ‘1초라도 더 보고 싶은 엄마, 사랑해요’라는 묘비명을 썼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한씨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