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30일 착수

입력 2017-10-24 05:01
5·18기념재단은 23일 ‘옛 광주교도소 5·18 암매장 발굴 관련 브리핑’을 열고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한 발굴 작업을 오는 30일부터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옛 광주교도소 전경(위)과 5·18 당시 3공수여단에 근무했던 김모 소령이 작성한 암매장 위치 약도(아래). 뉴시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자를 찾기 위한 광주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발굴 작업이 오는 30일부터 시작된다. 5·18기념재단은 23일 재단 시민사랑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주부터 옛 광주교도소 암매장 추정지에서 발굴 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첫 발굴 장소는 5·18 당시 재소자들이 농사를 짓던 교도소 북측 담장 인근 농장 부지다. 길이 117m, 폭 3∼5m 구간으로 현재 아스팔트와 잡초로 덮여 있거나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5·18당시 교도소에는 3공수여단과 20사단 병력이 주둔했다.

5·18재단은 1980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근무한 교도관의 증언과 당시 3공수여단 김모 소령이 작성한 약도를 토대로 이곳을 발굴 장소로 확정했다. 김 전 소령은 “80년 5월 2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에 걸쳐 12구의 사체를 관 대신 가마니로 덮고 교도소 땅속에 묻었다”는 증언과 함께 약도를 작성해 1995년 5월 29일 검찰조사 때 제출한 바 있다.

암매장 장소를 표시한 약도는 검찰 수사에서 방치됐다가 최근 5·18재단이 찾아냈다. 5·18재단은 중장비를 동원해 아스팔트와 지층을 10∼30㎝ 걷어낸 뒤 지중탐사레이더를 포함한 첨단장비로 발굴 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5·18재단은 앞서 18∼22일 3차례에 걸친 현장조사에서 당시 재소자 최모씨가 모포를 털거나 빨래를 널던 3층 옥상에서 ‘중장비로 땅을 파는 모습을 봤다’고 지목한 장소와 3공수여단 김 전 소령이 남긴 약도 표시 지점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발굴 작업은 30여년 경력의 유물 발굴 전문가인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연구소장)이 주도한다. 5·18재단은 발굴 착수 후 15∼20일이 경과되면 암매장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은 이와 관련, 그동안 광주시에 5·18 행불자 신고를 한 130가족 295명의 혈액을 보관 중이다. 5·18재단은 암매장 추정지에서 유골이 나올 경우 유전자 분석과 대조작업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유해가 발굴되면 발굴 조사 주체는 기념재단에서 검찰로 넘어가게 된다. 유해 수습작업과 신원 확인 절차는 전남대 박종태 법의학교수, 조선대 윤창륙 임상치의학교수 등이 맡게 된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유해가 발굴되면 검찰이 조사의 지휘를 맡을 것”이라며 “발굴 작업에 행방불명자 가족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