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25)은 스리백 전술의 희생양이었다. 수비 가담 및 공격 전개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 3-5-2 포메이션에서 번번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간혹 출전하더라도 왼쪽 윙백으로 뛰었고,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17-2018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에서 새로운 실험을 했다. 3-5-2 포메이션에서 손흥민을 해리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내세운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손흥민은 케인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리그 첫 골(시즌 2호골)을 터뜨렸다. 최근 유럽 평가전에서 참패한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포체티노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날 손흥민은 케인을 구심점 삼아 전후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특히 상대 최종 수비라인을 순간적으로 돌파해 슈팅을 날리는 ‘라인 브레이커’ 역할이 돋보였다. 토트넘이 1-0으로 앞서 있던 전반 11분 속공 상황에서 손흥민의 진가가 드러났다. 손흥민은 40m를 질주해 상대 수비수들을 제친 뒤 케인의 오른쪽 패스를 받아 논스톱 왼발 슈팅을 날려 리버풀 골문을 열었다.
이로써 EPL 통산 19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3시즌 만에 박지성이 갖고 있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리그 역대 최다 골과 동률을 이뤘다. 미드필더였던 박지성은 7시즌에 걸쳐 리그 19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전반 16분에도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상대 수비수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있던 손흥민은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로빙패스를 받아 골문으로 치고 들어가 슈팅을 날렸다. 하지만 볼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손흥민의 활약 등으로 토트넘은 리버풀을 4대 1로 완파했다.
손흥민은 리버풀전에서 ‘신태용호’의 유럽 원정 2연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당시 손흥민은 스리백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지만 수비 부담 때문에 공격에 전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페널티킥으로 1골(모로코전)을 넣는 데 그쳤다.
손흥민이 이번에 스트라이커로 나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신태용호’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음 달 콜롬비아(10일), 세르비아(14일)와의 평가전에서 신 감독은 손흥민을 측면 공격수만이 아닌 수비 부담이 적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손흥민 시프트’는 골 가뭄에 시달리는 대표팀에 단비가 될지도 모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손’쓰는 법, 투톱이 답이다
입력 2017-10-2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