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오러지·왕후닝 신실세 급부상

입력 2017-10-22 23:32
왕후닝 중국 당 정치국 위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1기 체제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총지휘해온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후임으로 자오러지 당 중앙조직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던 후춘화 광둥성 서기와 천민얼 충칭시 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탈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홍콩 명보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주석단의 20일 회의에서 통과된 기율검사위 후보 명단에 왕치산은 빠지고 자오러지 부장이 포함됐다고 22일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후춘화와 천민얼이 상무위원에서 빠지고 자오러지와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 이들 외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한정 상하이시 서기, 왕양 부총리 등이 새로 상무위원에 선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시 주석, 리커창 총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후춘화와 천민얼이 상무위원에서 탈락하면 차기를 이을 후계자는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시 주석이 당 주석직에 오르는 등의 방법으로 2022년 10년 임기 후에도 장기 집권을 노릴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69세인 왕치산은 부패와의 전쟁을 지휘하며 시 주석의 권력 강화에 기여했지만 결국 7상8하(67세 유임, 68세 퇴임) 원칙에 따라 물러나고 60세인 자오러지가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자오러지는 내년에 기율검사위와 통합돼 신설되는 국가감찰위원회 수장을 맡아 반부패 사정을 총지휘할 수 있다. 국가감찰위는 공산당, 국무원, 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함께 5대 국가기관이 되기 때문에 자오러지의 서열도 5위가 될 것으로 명보는 전망했다.

자오러지는 문화대혁명 말기에 칭하이성에서 하방 생활을 하다 베이징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칭하이성 성장에 오른 뒤 산시성 서기도 지냈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 발탁되며 당의 요직인 중앙조직부 부장에 임명됐다. 그는 중앙조직부장으로서 시 주석 친위 세력을 당 요직에 포진시키는 등 권력 공고화에 기여한 공로가 있지만 시 주석과 개인적 인연이 깊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후춘화, 천민얼을 제치고 상무위원으로 거론되는 왕후닝은 리잔수와 함께 시 주석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최측근이다. 왕후닝은 시 주석의 외교책사로서 ‘중국의 키신저’로 불린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주창한 ‘삼개대표론’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과학적 발전관’을 만들어냈고, ‘시진핑 사상’도 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에 명기된다면 공산당 역사에 기록된 최고 지도자 3명의 이론에 관여한 책사가 되는 것이다. 왕후닝이 상무위원이 된다면 성이나 직할시의 당 서기를 거치지 않은 이례적인 케이스가 된다. 물론 원자바오 전 총리의 선례가 있기는 하다. 왕후닝은 현재 류윈산이 맡는 당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당교 교장을 맡아 시 주석의 통치이념 정립과 이데올로기 선전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