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친박 청산’ 후폭풍… “대표 자격없다” vs “당 떠나라”

입력 2017-10-23 05:01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서청원 의원이 22일 박근혜 전 대통령, 서청원·최경환 의원 탈당 권고 조치와 관련한 비난전을 펼쳤다. 서 의원이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오른쪽 사진). 왼쪽은 홍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뉴시스

‘성완종 리스트’ 진흙탕 폭로전
서청원 “수사 때 협조요청”
홍준표 “항의한 것을 왜곡”


자유한국당의 친박(친박근혜) 청산 움직임이 ‘흙탕물 폭로전’으로 비화됐다.

탈당 권유 징계를 받은 친박 핵심 서청원 의원은 22일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준표 대표가 협조를 요청했다”고 폭로하며 홍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 대표도 “서 의원과 서 의원 측근들이 (항의 전화를) 회유 전화인 것처럼 협박했다”고 맞받아치며 “서 의원은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홍 대표와 서 의원 간 폭로전으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서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각성하고 대표직을 사퇴하기 바란다”며 “향후 홍 대표 퇴진을 위해 당내 절차와 법적 절차를 강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끄집어냈다. 서 의원은 “성 전 의원 사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어떤 협조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는 “홍 대표에게 물어봐라. 만약 그 양반(홍 대표)이 진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제가 진실의 증거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또 홍 대표의 자격 여부를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는 뜻도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2015년 분식회계와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의원이 남긴 메모에 홍 대표 등 정치인들 이름과 금액이 포함돼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당원권이 정지됐던 홍 대표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 3월 징계가 풀렸다. 홍 대표는 이 사건의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홍 대표는 서 의원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사건 수사 당시인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돈을 줬다는 윤모씨는 서 의원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키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협조를 요청하는 통화’였다고 주장하는데, 홍 대표는 ‘항의와 자제 요구를 위한 통화’였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홍 대표는 이어 “9월 초 (서 의원과의) 만찬 당시 서 의원이 마치 내가 회유 전화를 한 것처럼 협박하는 것만 묵묵히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이후 서 의원 측근들이 찾아와 ‘전화 녹취록이 있다’고 협박하며 검찰총장, 대법원장에게 진정서를 제출해 매장시키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홍 대표는 아울러 서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유죄 선고 전력을 겨냥해 “불법 자금은 먹어본 사람이 늘 먹는다”고 비난했다. 이어 “폐수를 깨끗한 물과 같이 둘 수는 없다”면서 “노욕에 노추로 비난받지 말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혁신위는 성명서를 통해 서 의원과 최경환 의원을 향해 “당 윤리위 결정에 반발하는 두 사람은 반(反)혁신 의원”이라며 “당의 결정을 즉각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서 의원 측은 홍 대표의 ‘항의와 자제 요구’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취하며 추가 대응을 검토 중이다. 다만 홍 대표와 서 의원은 23일 해외로 나가 당분간 냉각기는 불가피하다. 홍 대표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 등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고, 외교통일위 소속인 서 의원은 국정감사를 위해 중국·일본을 찾는다.

글=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