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중도통합’ 논의 본격화… 與 국회 전략 ‘위기’

입력 2017-10-23 05:00

정계개편 움직임 속에 여권의 대(對)국회 전략이 위기를 맞았다. 국민의당 및 바른정당과 사안별로 입법 협조를 이끌어내겠다는 여권의 개혁입법연대 구상이 좌초될 위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민주당과의 연대보다는 바른정당과의 중도통합론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대선 공약→국정기획위→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거쳐 의욕적으로 준비한 국정과제들이 입법 과정에서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안 대표는 22일 시·도당위원장과 최고위원들을 잇달아 만나 바른정당과의 통합추진 분위기를 띄웠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를 앞둔 사전정지작업 성격이 짙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에서 시작된 중도통합 논의가 불편하다. 선택적 협력 대상이었던 ‘캐스팅보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거나 통합해 세력을 키우면 협상 구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대통합이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 통합이든 여당에 유리할 요인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당 지도부는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내 지도부 인사는 22일 “(정계개편의) 확실한 그림이 나오지 않아 예단은 어렵다”면서도 “윤곽이 그려지는 대로 그에 맞춰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민주당이 정계개편 논의에 끼어들 여지도, 명분도 별로 없다. 정계개편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의견도 우세하다. 다만 영·호남 양쪽에 기반을 둔 제3당이 출범할 경우 국회 정당 구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의 집권 1년차 개혁 과제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시그니처 정책’을 입법화해야 한다. 정계개편 결과 탄생할 신(新) 야권은 상대적으로 중도·보수 성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현 정부의 진보적 방향성, 특히 문재인표 복지정책에 대한 견제가 강화될 여지가 커진다.

결국 중도 통합이 이뤄지면 정부·여당이 정권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문재인 케어’ 사수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아동수당법, 의료법 등 문재인 케어를 뒷받침할 핵심 법안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근거법안 입법에 실패하면 국정과제 이행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케어 안착을 위해선 예산안보다 세출 근거 법안 통과가 더 절실하다”고 우려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여야 입장 차가 첨예한 법안도 밀어붙이기 힘들어진다. 공수처법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완강히 반대 중이라 공전 가능성이 높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도 쉽지 않다. 패스트트랙 요건인 ‘재적의원 5분의 3 동의’ 충족도 어렵고, 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이 안건 상정에 동의할지부터 미지수다. 법사위 관계자는 “법안심사소위에서 쟁점 정리를 통해 입장차를 줄여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정상적인 표결처리 가능성은 낮게 봤다.

다만 권 위원장이 지난 17일 법무부 국감에서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형식상 임명하는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한 점은 변수다. 일정 부분 ‘야당 몫’이 보장된다면 입장 선회도 가능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