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학산업의 거목인 이수영 OCI 회장이 21일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 회장은 1942년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고(故) 이회림 동양화학(OCI 전신) 창업주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70년 동양화학 전무이사로 입사했다. 79년 사장을 거쳐 96년 회장으로 취임한 뒤 최근까지 경영을 맡아왔다.
이 회장은 해외유학 시절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파트너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사업을 확장시켰다. 75년 프랑스 롱프랑사와 합작으로 한불화학을 설립한 것을 비롯해 미국 다이아몬드 샴록사와 한국카리화학(80년), 독일 데구사와 오덱(85년), 일본 스미토모화학과 동우반도체약품(91년)을 설립했다.
2001년에는 제철화학 제철유화를 인수해 사명을 동양제철화학으로 바꿨다. 2006년 태양전지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든 후 2008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3년 만에 글로벌 톱3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이 회장은 2009년 사명을 OCI로 바꾸고 ‘그린에너지와 화학산업의 세계적 리더 기업’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화학기업에서 에너지기업으로의 변신을 예고한 것이다. 태양광 소재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사업에도 진출해 2012년 북미 최대인 400㎿ 규모의 미국 알라모 태양광 발전소 계약을 수주, 지난해 완공했다.
이 회장은 2004년 한국경영자총협회장으로 추대된 후 2010년까지 3연임했다. 경총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양대 노총 위원장과 잇따라 만나는 등 대화를 통해 노사관계를 풀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경총은 “이 회장은 2010년 복수노조 허용, 노조전임자제도 개선 등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 노사관계 선진화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이 회장은 인천 송도학원의 송도 중·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송암문화재단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장학지원 사업도 해왔다. 78년부터 93년까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지내며 쇼트트랙 분야를 집중 육성시켜 쇼트트랙 강국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조문 시작 전날인 21일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천신일 세중 회장,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등 경제계 인사와 유인태 전 의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계 인사도 빈소를 찾았다. 고인은 25일 오전 8시 영결식 후 경기도 동두천 예래원 공원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삶의 향기와 자취] 한국 태양광 발전의 선구자 ‘화학산업의 거목’ 이수영 OCI 회장 별세
입력 2017-10-22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