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 물려도 죽을 수 있다는데… ‘반려견 공포’

입력 2017-10-22 18:20 수정 2017-10-22 21:57
인기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씨가 반려견 ‘벅시’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최씨의 반려견에 물린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씨는 지난 6일 패혈증으로 숨졌다. 뉴시스
정강이 물린 한식당 대표 중소형견에 패혈증 사망
바이러스 침투 염증 원인
올들어 물림 사고 1046건


서울의 유명 한식당 대표가 인기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최시원씨의 반려견에 물려 숨지면서 반려동물 정책에 대한 재점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씨의 개는 ‘프렌치 불도그’로 몸길이 30㎝에 체중 8∼13kg에 불과한 중소형견이지만 피해자는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작은 개는 괜찮겠지’ 하는 견주의 안이한 인식과 맹견 위주의 정부 대책이 가진 맹점 등이 복합돼 발생한 참사다.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53·여)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이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최씨가 키우던 개에게 왼쪽 정강이를 물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개가 갑자기 달려들어 물었고 최씨 측으로 보이는 사람이 개의 꼬리를 잡아 떼어낸 뒤 엘리베이터에서 끌어냈다. 개는 당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지난 6일 사망했다. 미생물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개가 정강이를 물었을 때 특정 균이나 바이러스가 몸으로 들어와 패혈증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반려동물에게 물려 감염병에 걸리는 일은 종종 있다. 작은 개라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김탁 순천향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물에게 물려 질병에 감염되는 것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 때문에 숨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물리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도 “반려견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은 공수병과 파상풍 예방접종을 해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반려견과 외출할 땐 반드시 목줄을 채우도록 돼 있지만 작은 개의 경우 기준이 모호하다. 현재 목줄과 입마개를 반드시 채워야 하는 경우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 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일부 맹견으로 정해져 있다. 그 외에는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라고 모호하게 규정하게 있다. 법적 처분도 약하다. 목줄을 하지 않을 경우 5만원, 입마개는 1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중소형견도 맹견처럼 언제든 사람을 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일섭 한국애견협회 이사는 “모든 개는 늑대에서 순화돼 반려견이 됐다”며 “한번 사람을 문 개는 계속 문다”고 말했다. 최씨 반려견도 사람을 문 적이 몇 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이사는 “외출할 때 목줄을 매는 것은 필수”라며 “개가 다른 사람, 다른 개와 친해질 수 있는 ‘사회화 교육’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의식 부재와 제도 미비 때문에 반려견 관련 사고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개가 사람을 물거나 할퀸 건수는 2011년 245건에서 올해 1∼8월 1046건으로 훌쩍 뛰었다. 현재 국회에는 개물림 사고 반복으로 인한 맹견 관리 강화 조치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4건이 계류돼 있다. 하지만 이마저 주로 대형견과 맹견에 대한 것이다.

글=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