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상실한 231곳에 무려 8400억원 쏟아부어
지원 받은 업체 4곳 중 1곳 매출액 감소로 부실 가능성
본래 취지 벗어나 숙박업 등 지원도 7000억원 넘어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조성된 설비투자펀드가 상당수 한계기업들을 지원, ‘좀비기업’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펀드 지원을 받은 기업 4곳 가운데 1곳은 매출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부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2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14조원이 출자된 기업 설비투자펀드의 지원을 받은 한계기업은 모두 231곳이었다. 이들 기업에 지원된 금액은 8417억원에 달한다.
설비투자펀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6조5000억원)과 기업은행(7조5000억원)이 출자한 펀드다.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1% 포인트가량 낮은 저금리로 설비투자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식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중견·중소기업이 대상이다. 부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메워준다.
문제는 지원받은 기업 중 상당수가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높은 한계기업이라는 점이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등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산업은행이 지원한 기업 중 한계기업은 99곳(6464억원)이고, 기업은행이 지원한 한계기업은 132곳(1953억원)이다.
부실 가능성은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설비투자펀드의 지원을 받은 지 1년 이상 2년 미만인 기업 640곳 가운데 185곳(28%), 2년 이상 3년 미만 기업 1206곳 중 360곳(29%), 3년이 넘은 기업 2341곳 중 563곳(24%)의 매출액이 감소했다. 창업기업·결산 미도래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기업도 760곳(18%·5596억원)이나 됐다.
손실률도 문제다. 정부는 예상 손실률을 6%로 설계했지만, 5조원 규모의 1차 설비투자펀드 손실률은 지난 8월 기준 산업은행 7.76%, 기업은행 7.20%로 예상을 넘겼다. 자금 대출기간이 최장 15년인 것을 고려하면 손실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설비투자펀드의 취지와 어긋나는 지원도 7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임대업, 숙박업, 떡·빵 제조업 등의 업체에 산업은행이 1728억4800만원, 기업은행이 5401억55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원 당시에는 한계기업이 아니었으나 국내경기 등의 영향 등으로 한계기업이 된 경우”라며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손실률은 1∼4차 펀드 전체를 보면 6% 미만”이라며 “지원 부분 같은 경우엔 명시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임대업 등에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제 의원은 “설비투자펀드가 예상손실률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손실을 보는 것은 문제”라며 “정책금융, 중소기업금융 성격에 맞춰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관리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일러스트=전진이 기자
[단독] 중견·중기용 설비투자펀드 ‘좀비기업’ 양산용 전락?
입력 2017-10-22 18:30 수정 2017-10-22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