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심장으로 일본인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일본인들이 주님을 알도록, 한국과 일본교회가 하나 되길 기도했습니다. 자전거는 우리의 십자가였습니다.”
지난 20일 저녁 일본 도쿄 네리마구 성서그리스도교회에서 드려진 ‘용서를 위한 자전거 여행’ 도착예배에서 영화 선교사 이성수(61)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한 지 33일만이었다.
여행은 일본인 청년 한 명을 포함해 15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오전 7시30분부터 12시간씩 80∼130㎞를 달렸다. 뙤약볕과 비바람, 자동차의 위협과 도로 사정으로 인한 우회 등 예기치 못한 상황과도 맞섰다. 수없이 반복되는 오르막에서는 허벅지 근육이 찢기는 듯한 고통도 감내해야 했다.
이들은 서울을 출발해 화성 공주 익산 순창 거창 대구 김해 부산을 거쳤고, 배를 타고 일본 시모노세키로 이동해 히로시마 후쿠야마 오카야마 히메지 고베 오사카 교토 나고야 시즈오카 후지 등을 지나 최종 목적지인 도쿄에 도착했다. 총 2200㎞에 달하는 거리였다. 여정에서는 한국교회 8곳, 일본교회 19곳을 들러 예배를 드렸고 한국과 일본의 평화, 한일교회의 협력 등을 위해 기도했다. 김인중 안산동산교회 원로목사, 경남 김해교회 조의환 목사 등은 일부 구간에 동참했다.
이날 예배를 드린 성서그리스도교회는 여행자들의 종착지였다. 여행자들은 예배에서 특송을 불렀다. 얼굴이 검게 그을린 참가자들은 누적된 피로에도 기쁘게 노래했다. 찬송은 최근 일본교회들에서 자주 불려진다는 가스펠송이었다. 예배에 참석한 일본인 신자 70여명과 한국인 신자 30여명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교회 오야마 레이지(尾山令仁·90) 원로목사는 여행 초반 방한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60년 전부터 아시아 각국을 찾아다니며 사죄운동을 벌인 ‘일본의 양심’이기도 하다. 예배 마지막 순서에서 그는 “일본교회의 신사참배를 회개하고 이를 한국교회에 강요한 것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사죄드린다”고 말해 좌중을 숙연케 했다.
이어 1940년 당시 일본교회가 천황을 위해 찬송가를 제작한 일, 한 교단 총회장이 신사(神社)의 부적을 구입해 교회에 배포하고 이를 모시라고 지시한 일 등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회개가 없으면 부흥도 없다”며 잠시 흐느끼기도 했다.
일본인 참가자인 키도 유우이(19)씨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여행에 참가하게 됐다”며 “한국인들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감동을 받았다. 평화를 전하는 일에 힘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 참가자 중엔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일본 군정 시절 통역장교를 지낸 황재홍 전 인하대 교수의 외손 김철신(25)씨도 있었다. 그는 “할아버지에게 듣던 일본을 돌아봤다. 일본교회의 환대와 섬김에 감명을 받았다”며 “일본교회의 불씨는 작지만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서 일본교회들은 섬김과 사랑을 실천했다. 오카야마(岡山)현 신쇼우교회 우치카와 토시조우(內川壽造) 목사는 본인이 투석 치료를 받으면서 여행자들의 음식을 직접 챙겼다. 히메지(姬路)시 히로하타그리스도의교회는 전 성도가 참여해 한국음식을 만들어 제공했다고 이 감독은 전했다. 여행과 관련된 영화는 내년 9월 선 보일 예정이다.
도쿄=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미션 인 재팬] ‘용서의 자전거’ 심장이 터지도록 달렸다
입력 2017-10-23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