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악과 부패에 맞서 정의로운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자신과 주변을 갱신하기 위해 날마다 선한 싸움에 힘쓸 것을 다짐합니다….”
지난 20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 소망수양관.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신학자 400여명이 ‘한국신학자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종교개혁자들의 신앙과 개혁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세상 속에서 섬기는 삶을 실천하며, 생태계 파괴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새로운 기술 발전 속에서 책임적 윤리 의식을 지켜나가고, 신학무용론의 반지성주의와 교회 없는 신학의 공허함을 경계해 나가기로 했다.
‘종교개혁과 오늘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열린 올해 공동학술대회에서는 교단과 학교, 이념의 장을 뛰어넘은 신학의 향연이 펼쳐졌다. 한국 신학계의 양대 학회로 꼽히는 한국기독교학회(회장 노영상)와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심상법)를 비롯해 한국개혁신학회(회장 김재성)와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대표회장 이종윤)가 공동 주최했다. 국내 신학계의 진보·보수 진영이 한자리에 모여 치른 학술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 강연은 존 드 그루취(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명예 교수와 말테 리노(한국명 이말테·루터대) 교수가 맡았다. ‘실천하는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를 깊이 연구한 그루취 교수는 “루터의 ‘만인제사장론’은 근본적으로 로마 가톨릭교회라는 당시 가장 강력한 기관을 민주화하자는 처절한 울부짖음이었다”면서 “바꿔 말하면 오늘날 그 울부짖음은 보편적 시민권, 그리고 인간의 노동을 통해 나온 산물의 공평한 분배를 요구하는 혁명적 외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를 향해서도 “성령은 좀 더 참여적이고, 경계를 넘어서는 모습의 교회로 재촉하고 있다”면서 “종교와 민족성, 지리와 사리사욕의 경계를 넘어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노 교수는 “우리는 범세계적이면서 지역 현지 실정도 고려하는 신학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운동과 성경에 부합해야 하며, 각 현지 상황의 특수하고 구체적인 필요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폐회 예배에서는 주승중(인천 주안장로교회), 오정호(대전 새로남교회) 목사가 각각 설교했다.
21일 열린 한국기독교학회 총회에서는 차기 회장에 노영상 회장이 연임됐다. 부회장엔 왕대일(감리교신학대) 교수가 선출됐다. 임기는 각각 2019년 10월까지다.
광주=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자신과 주변 갱신하기 위해 선한 싸움에 힘쓰겠습니다”
입력 2017-10-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