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강준영] 시진핑 신시대와 한반도

입력 2017-10-22 17:45

본격적인 시진핑 시대가 시작됐다. 시진핑 총서기는 19차 당대회 ‘정치보고’에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주창하고,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을 역설하는 ‘제5 현대화’를 강조했다. 새로운 시대에 강한 중국 건설을 핵심으로 하는 시진핑 이데올로기의 탄생이다. 이는 마오쩌둥 사회주의 시대의 반성을 통해 탄생한 40년 덩샤오핑 개혁·개방시대를 계승하는 시진핑식 사회주의 현대화 시대로의 진입을 알리는 것이다. 시진핑은 덩샤오핑 이론에 대한 폄훼 없이 ‘중국 특색’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면서 덩 시대와 고별을 고했다.

일찍이 사회주의의 순수 이데올로기에 천착했던 마오 시대가 제시한 공업·농업·과학기술·국방 4개 현대화는 덩샤오핑의 유연한 사회주의 이론 해석을 통해 경제사회 분야에서 실질적 변화가 발생했다. 중국은 장기간의 빈곤 시대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 시진핑의 현실 인식이다. 이제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강조한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현대화된 사회주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국가목표의 구체적 실행을 천명했다.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해 기본적인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2050년에는 부강하고 아름다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일정표도 제시했다. 원바오(溫飽·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한 상태)-샤오캉 사회(의식주 걱정 없는 비교적 부유한 중산층 사회)를 거쳐 2050년 고위 중진국 진입이라는 덩샤오핑 현대화 3단계 발전론의 시진핑식 표현이다. 시진핑의 목표는 경제적 의미의 선진국 진입이 아니라 사회주의 강국의 건설이다. 경제적 논의를 초월해 2021년 공산당 창당 100년, 20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년이라는 ‘두 개의 백년(兩個一百年)’에 강국 달성을 목표로 하는 이데올로기로 전환된 것이다. 이를 위해 시진핑 1기 지도부는 지난 5년간 개혁·개방 과정에서 심화된 사회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압력 해결과 관료 체계의 비효율성·적폐청산을 위한 반부패 사정 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양극화는 쉽게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금융 분야 등에 대한 경제적 리스크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반부패 운동은 정치 투쟁으로 비치기도 하는 등 발전의 성과가 과도한 개혁과 사회 정화의 피로에 시달리는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개혁하지 않으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 문제를 잘 극복하고 처리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신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뚱, 신중국을 개혁 발전시킨 덩샤오핑에 이어 시진핑은 이들과 동등하거나 이들을 능가하는 지도자로 등극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진핑 사상의 당장(黨章) 편입이 아니라 이를 통한 성과가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라는 결과에 있다.

중국이 어떻게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해 강국이 되고, 어떻게 사회경제 발전을 추구할 것이며, 어떻게 인사 배치를 해서 안정적 정국을 도모할 것인지는 철저하게 중국의 일이다. 문제는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향후 행보가 우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 북한의 핵위협에 시달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 총서기는 정치보고에서 군 개혁을 통한 현대화된 강군 건설을 국가 목표의 하나로 제시했고, 부상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의 적절한 위상 확보를 통한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기존의 핵심이익에 관해서는 양보가 없을 것임을 재삼 천명했다. 물론 중국의 대외정책은 일단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유연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제재가 북한 포기일 리 없으며, 한·중 간 통화 스와프 연장이 사드에 대한 수용일 리 없다. 복잡한 중국의 의도를 제대로 읽어내고 전략을 고민하는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