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전해오는 작품은 이유가 있다. 생각이 깊어지는 가을, 고전을 바탕으로 만든 연극 속으로 빠져 보는 건 어떨까.
지난 20일 개막한 연극 ‘1984’는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이 1949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빅브라더’ 감시에 놓인 디스토피아를 담았다. 극 중 윈스턴 스미스(이승헌)는 통제 사회에 살면서 당이 국민을 감시할 때 남긴 기록을 삭제하거나 조작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체제에 의심을 품으면서 회의를 느끼고 마음 속 생각을 일기장에 기록한다. 이를 오브라이언(이문수)이 알게 되면서 갖은 고문을 당한다.
2017년 한국 사회에서 약 70년 전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일까. 한태숙 연출가는 “작품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며 “사회가 발전할수록 인간을 쫓는 장치는 더욱 치밀하고 교묘해져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통제나 감시받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 이승헌은 “현 시대도 1984에 나오는 시대와 다르지 않다”며 지난해 통제사회에 반발한 국민들의 촛불집회가 최근 독일 에버트 인권상을 수상한 사례를 거론했다. 다음 달 19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가 55년 발표한 희곡을 토대로 인간 소외를 그렸다. 한때 유망 미식 축구선수였지만 절친한 친구의 죽음 후 술에 빠진 채 사는 브릭(이승주)과 사랑을 갈구하는 아내 마가렛(우정원),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브릭의 아버지 빅대디(이호재). 겉으로는 서로 이해하려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관점만 관철하려는 단절된 가정의 이야기다.
작품의 키워드 중 하나는 ‘허위’다. 스스로를 속이는 브릭과 상대를 속이는 다른 인물들. 배우 이승주는 “브릭은 가면 쓴 사람을 역겨워하면서도 누구보다 단단한 가면을 썼다”며 “스스로 그걸 인정하지 못해 술로 도피하려 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합리화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문삼화 연출가는 “우리 모두가 각자 목표를 위해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고양이더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친숙한 고전, 가을 연극무대에 오르다
입력 2017-10-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