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네이버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연맹에 불리한 기사를 이용자가 보기 어렵게 재배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네이버가 언론사 뉴스를 입맛대로 배치한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사실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네이버는 20일 ‘네이버 스포츠 포스트’에 한성숙(사진)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하고 ‘외부 청탁에 따라 기사를 배치했다’고 시인했다. 한 대표는 “관련 감사를 실시한 결과 네이버스포츠 담당자가 외부의 기사 재배열 요청을 일부 받아들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가 약속해온 투명한 서비스 운영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사용자와 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스포츠 전문 매체인 ‘엠스플뉴스’는 네이버 고위 관계자가 프로축구연맹의 청탁 문자를 받고 기사를 숨긴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프로축구연맹 김모 홍보팀장이 2016년 10월 네이버 금모 이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홍보팀장은 10월 3일 오전 11시21분 ‘제가 K리그의 기사 관련한 부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번 조심스럽게 부탁드립니다’라고 보냈다. 이어 약 2시간40분 뒤인 오후 2시2분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기사 배치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알고리즘 중심으로 기사가 자동 분류된다며 이를 부인했다. 지난 7월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한 기사가 노출되지 않도록 포털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네이버가 경영의 핵심 가치로 지켜오고 있는 플랫폼의 투명성을 훼손시켰다”고 반발했다.
한 대표는 “‘네이버 스포츠’는 ‘네이버 뉴스’와 달리 각종 협회, 구단, 단체와 협력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의혹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 제휴와 뉴스 서비스가 혼합돼 있는 조직을 분리하고 다양한 인공지능(AI) 추천 기술을 적용해 내부 편집자가 기사배열하는 영역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네이버, 프로축구연맹 청탁 받고 기사 재배치
입력 2017-10-20 22:56 수정 2017-10-20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