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여론몰이… 안철수, 1석3조 노린다

입력 2017-10-21 05:00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 이정미 정의당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2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1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어색하게 앉아 있다. 맨 앞은 대한노인회장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뉴시스




다당제 공고화-지지율 반등-호남중진 털어내기
당내 일부 반대에도 통합 실익이 더 크다 판단
통합 성과 전망 분분… 박지원 “5, 6명 올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당내 친(親)안철수계(친안계) 의원들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추진을 위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당내 호남 중진 의원들의 반발, 외교안보 노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당 통합 논의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판단에서다.

안 대표 측은 양당 통합 추진으로 ‘1석3조’의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양당이 합쳐지면 안 대표가 강조해 온 다당제 구도가 공고화된다. 안 대표의 측근은 20일 “국민의당이 민주당과 통합하고,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면 안 대표의 지론인 다당제는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무너진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안 대표의 승부수로도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8월 전당대회에 조기 등판해 당대표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 지지율은 두 달 가까이 4∼6%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이다. 친안계 의원은 “안 대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잘 치러야 당이 산다’는 생각이 확실하다. 하지만 당지지율이 바닥이다보니 인재영입조차 잘 안 되고 있다”며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으로 판을 흔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자신과 껄끄러운 당내 호남 중진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안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및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두고 호남 중진들과 대립했다. 당 통합 문제도 호남 중진들은 바른정당과의 뿌리 깊은 노선 차이 등을 이유로 부정적이다. 반면 안 대표는 ‘햇볕정책 승계’ 문제도 ‘북핵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유연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당내 호남 출신 초·재선 의원 사이에 ‘통합에 반대하는 중진은 버리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바른정당 의원 사이에도 ‘일부 호남 중진과 통합은 곤란하다’는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양당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의당 내 대표적 호남 중진인 박지원 의원의 탈당을 요구했고, 조만간 안 대표와 만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 의원은 즉각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도 페이스북에 “두 당이 통합을 논의하는데 영남이든 호남이든, 누구든 배제한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논란의 당사자가 된 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에 햇볕정책과 호남을 버리라는 요구를 하기 전에 유 의원이 먼저 강경 대북정책과 영남을 버리면 된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는 안 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통합 논란이 확산되자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 의원과 안 대표는 국민과 당원 앞에 떳떳하고 제대로 된 통합을 추구하라”고 요구했다. 왜 통합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양당 당원의 동의를 먼저 구하라는 뜻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